‘스포츠 과학’없인 기록도 없다?

  • 입력 2008년 7월 8일 03시 01분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달리고 들고 헤엄치던 시절은 지났다. 종목의 특성과 선수의 컨디션, 경기 시간을 고려한 ‘맞춤형 스포츠 과학’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기량을 과학적으로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은 체육과학연구원(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에서 그 비법을 들었다.

○ 선수의 취약 부위 강화: 운동생리학

레슬링은 경기시간 3분 동안 상대 선수와 쉴 틈 없는 힘겨루기가 이어진다. 지구력은 물론 순발력도 필수 요소다.

이를 위해 체육과학연구원은 경기를 끝낸 선수의 체내 젖산 농도를 측정해 각 선수의 피로도를 점검한다. 선수마다 팔과 등, 다리 근육의 유형별 검사가 진행된다. 쉽게 피로해지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취약 부위를 찾아내 개인별 강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다.

○ 상대 선수의 약점을 찾는다: 운동역학

체육과학연구원은 틈틈이 각 종목의 다른 나라 경쟁 선수를 촬영해 분석한다. 그들의 경기 장면을 담은 동영상 자료만 160GB(기가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 6개에 이른다. 이는 영화 960편 분량이다. 경기 초반과 후반에 자세의 변화와 자주 사용하는 기술, 어떤 버릇이 있는지를 찾아낸다. 이를 대표팀 선수에게 보여 주고 시간대별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스포츠심리학

양궁과 사격은 심리적인 안정이 절대적이다. 기술에 큰 차이가 없고 단순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휴식시간에 심장박동이 분당 70∼80회이던 선수가 경기장에 나서는 순간 분당 140회로 빨라지면 그날 경기는 망칠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이를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3배 이상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는 역도는 순간적인 힘과 반동, 고도의 집중력이 조화를 이루는 종목이다. 코치가 경기에 출전하기 직전 선수의 양 볼을 두드리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감과 집중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 밖에 첨단 스포츠 장비도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사이클과 수영복, 마라톤화는 가볍고 공기와 물의 저항을 적게 받도록 만들어진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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