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62) 감독이 7일 한국을 찾았다.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08에서 러시아의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끌어낸 히딩크 감독이 ‘제2호 히딩크 드림필드’ 준공식 참석을 위해 1년 만에 방한한 것이다.
검은색 상의에 흰색 티셔츠를 어깨에 두른 히딩크 감독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린 가운데 인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온 뒤 “한국은 고향같이 편안하다. 그래서 행복하다. 늘 이런 환대를 받아 감사할 따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한국과 러시아에서 거둔 승리의 비결을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6년 전 한국 대표팀을 맡았을 때 젊은 선수들로 새 팀을 꾸려 목표를 설정하고 선수들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그리고 열심히 했다.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나라를 대표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동기 부여도 필요하고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법사’로 불리는 것에 대해 그는 “솔직히 나는 마법사가 아니다. 다만 모든 일에 열심히 노력할 뿐이다. 좋은 선수 뽑고 협회와 힘을 합쳐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까지 읽는 최고의 심리학자로까지 표현된다는 것에 대해선 “사실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해선 훈련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질과 성격 등을 잘 파악하면 훨씬 목표 달성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난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았다. 그저 아마추어 수준이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움직일지에 대한 확신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한국 축구가 부진에 빠진 상황에 대해서 “팬들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둔 4강에 대한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다 보니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후임 감독들이 힘든 상황을 맞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여전히 승리에 배가 고픈가”라는 질문에 그는 “아주 좋은 문구다. 2002년 16강에 올랐을 때 또 다른 도전이 필요했다. 이번 유로 8강에서도 마찬가지다. 목표 의식이 있어야 선수들도 움직인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8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과 오찬을 한 뒤 9일 경북 포항시 한동대에서 열리는 ‘제2호 드림필드’ 준공식에 참석한다.
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