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한국낭자 여름만 오면 펄펄 나는 이유는?

  • 입력 2008년 7월 8일 08시 33분


그린 짧고 바람 적은 동·중부 그린 여름방학 연습 익숙 슬로우스타터

1988년 구옥희(52)가 스탠더드레지스터 대회에서 첫 우승을 기록한 이후, 1998년 박세리(31)의 US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2008년 이선화(22·CJ)의 P&G뷰티 NW아칸소 챔피언십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한국 여자선수들은 LPGA에서 일흔 한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71승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2승을 6월(10승)과 7월(15승), 8월(7승)에 기록했다. 9월(7승), 10월(8승), 11월(5승)까지 기록한 승수는 총 52승으로 전체의 73%에 달한다. 유난히 여름에 많은 우승을 차지한 우리 선수들이다.

이처럼 한국낭자들의 우승이 6월 이후에 집중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익숙한 코스 때문이다.

LPGA투어는 시즌 초 기후가 따뜻한 하와이를 비롯한 서부 지역에서 시작해 6월과 7월이면 동부와 중부지역으로 이동돼 개최된다. 하와이와 서부 지역 골프장의 경우 해안가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국내 선수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바람이 많이 불고, 코스의 길이가 길어 국내 선수들에게 불리하다.

국내에서는 이런 코스가 제주도 밖에 없기 때문에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반면, 동부와 중부 지역 골프장의 특색은 국내와 비슷한 산악형 코스가 주류를 이룬다. 거리가 짧은 대신 코스 난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 선수들은 비거리가 짧은 대신 정확성이 뛰어나다. 드라이브샷 거리가 외국 선수들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아이언 샷이나 쇼트게임의 정확성은 외국 선수들에 비해 월등하게 앞선다.

두 번째 이유는 전형적인 슬로스타터의 기질 때문이다.

LPGA투어에 진출해 있는 대부분의 선수는 국내에서 최소 10년 이상 선수 생활을 거친다. 초·중학교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해 20대 초반에 LPGA투어에 진출한다. 그렇다 보니 국내무대에서 적응했던 대회 일정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몸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열리는 초·중·고등학교 골프대회는 대부분 여름방학 기간에 몰려 있다.

시즌 초 11개월 동안 계속된 우리 선수들의 무승 소식에 세대교체 실패라는 섣부른 판단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6월 긴트리뷰트에서 이선화의 우승으로 물꼬를 트자, 지은희(22·휠라코리아), 박인비(20·광운대)가 합세하면서 6월과 7월에만 4승을 따내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박세리(31), 김미현(32·KTF), 한희원(30·휠라코리아) 등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한 1세대의 활약이 예년만 못하지만 2008년 LPGA투어에서 한국 낭자들의 활약은 새로운 스타의 비상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맡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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