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사진)의 열기를 타고 피겨스케이팅을 익히고 있는 꿈나무들, 동호인들이 최근 2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꿈나무 대회 신청자들이 크게 증가했고, 피겨 레슨을 배우려는 일반인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피겨 스케이팅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제2의 김연아’ ‘미래의 김연아’가 배출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리라는 것은 당연한 추측이요, 기대이다. 피겨 스케이팅 인구가 늘어나는 데 대해 스포츠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지만 피겨 꿈나무, 더 나아가 스포츠 꿈나무들의 현 상황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스포츠 꿈나무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고민이나 앞으로 견뎌내야 할 어려움을 생각할 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꿈나무들의 현 실정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 위한 현재의 고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경우 그 비용은 ‘국가대표급’으로 비례해서 뛰어오르게 된다. 특히 팀 스포츠가 아닌 개인 스포츠는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할 경우 과거에 훈련이나 대회출전에 투입됐던 비용들을 회수할 방법들이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니 꿈나무들은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하더라도 초라한 대회 상금에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요즘 ‘뜨고 있는’ 피겨 스케이팅의 예를 들어보자.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연아는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한해 수 억원의 훈련비와 체재비를 들이고 있다. 코치 레슨비용, 링크 대관료, 클럽회원 가입비만 해도 1억원에 육박한다.
새로운 연기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안무비와 의상비가 1개 프로그램에 1000만원이 넘는다. 롱 프로그램, 쇼트프로그램, 갈라쇼를 새로 만들 경우 약 4000만원이 필요하다. 국제대회 출전비용, 트레이닝 비용 등 기타 스케이팅 관련 비용은 2억원 가량이 소요되고, 여기에 토론토 집 임대료, 생활비까지 합하면 1년에 약 4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김연아의 경우 이미 후원사도 있고, TV CF 활동도 하고 있어 이 비용을 지불하는 데는 현재 그리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김연아 이외의 피겨 선수들이다.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주니어 선수들의 경우 2개월 가량의 해외전지훈련비, 안무비, 의상비, 링크 대관비, 트레이닝비 등 피겨선수라면 반드시 필요한 경비만 연간 5000만원을 넘어선다.
이에 비해 수입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하더라도 상금은 링크 대관비에 보태 쓸 정도로 미미하고 출연료를 받을 수 있는 아이스쇼도 1년에 한 두번 밖에 없다. 그나마 아이스쇼에 출연하는 국내선수도 극히 제한돼 있다.
피겨 선수들을 비롯한 스포츠 선수들은 피와 땀이 서려있는 힘든 트레이닝을 이겨내고, 한해 수 천만원의 훈련비를 감내해 국제스타로 떠오른다. 설사 국제경쟁력을 지닌 선수로 크더라도 김연아 급으로 성장하지 못할 경우는 뿌린 훈련비의 절반도 탕감하기 힘든 척박한 상황이다. 그만큼 스포츠 꿈나무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김연아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준 인물 1위로 선정됐다.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피겨스케이팅을 통해서, 다른 스포츠를 통해서 한국을 빛내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선수를 배출하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의 좀 더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구 동 회 IB스포츠 스포츠마케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