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새 황제 나달을 맞이하다

  • 입력 2008년 7월 8일 08시 33분


사상 최장 7시간 혈투 끝 페더러에 3-2 승리…6연속 우승 저지

황제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인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1위·스위스)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졌다. 잔디 코트에서 ‘무적’으로 통했던 페더러가 유리한 환경 속에서도 윔블던 우승컵을 ‘클레이코트의 강자’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에게 내주며 체면을 구겼다.

나달은 7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페더러를 3-2(6-4 6-4 6-7 6-7 9-7)로 제압하고 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지난달 열린 프랑스오픈 우승자인 나달은 1980년 비욘 보리(스웨덴) 이후 처음으로 같은 해에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정상에 선 주인공이 됐다.

반면 사상 최초로 윔블던 6회 연속 우승과 윔블던 41연승 타이 기록, 잔디 코트 66연승 도전에 실패한 페더러는 올 시즌 전혀 ‘황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3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놓쳤고, 투어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것은 겨우 2개 뿐이다. 100위권 선수들에게도 패하는 등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나달의 추격을 허용했다.

페더러는 “나달이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필요할 때마다 패싱샷으로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나달은 “우승이 믿기지 않는다”며 “여전히 페더러가 1인자다. 그를 따라잡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황제’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이날 결승전은 역대 윔블던 사상 최장 시간이 걸렸다. 실제 경기 시간은 4시간48분, 총 소요 시간은 약 7시간이 걸렸다. 비로 경기 시작이 35분 정도 늦춰진 가운데 3세트와 5세트에서도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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