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운동화는 100g도 안돼
올림픽을 거론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첨단 스포츠 용품들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전고를 울리기 위한 각 종목들의 치밀한 노력은 선수들의 단순한 훈련과 경기력을 넘어 스포츠 과학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 수영의 미래’ 박태환(19)이 출전하는 수영 종목은 0.01초를 놓고 메달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용품 과학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기록 단축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소인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박태환도 스피도의 도움을 받아 전신 수영복을 제작한 적도 있다.
전신 수영복은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호주 이안 소프가 착용, 3종목에서 세계 신기록 달성하며 국제 수영계에 큰 파장을 끼친 바 있다. 신축성을 통해 활동성을 높이고, 피부와 밀착해 피부의 떨림 현상을 막아줘 물의 저항을 감소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박태환은 자신과 맞지 않아 전신 수영복 착용을 포기했으나 이번 올림픽 때 부력을 높여주는 ‘레이저 레이서’라는 특수 재질의 반신 수영복을 착용할 예정이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으로 육상도 빠뜨릴 수 없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신 운동복과 운동화에서 첨단 과학의 예를 살필 수 있다. 착용감을 높이고, 충격을 완화하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다. 단거리 뿐만 아니라 마라톤은 장시간 똑같은 근육을 반복해서 써야하므로 에너지 소비와 피로 누적이 더 크다.
따라서 운동화의 중량과 충격 흡수, 트랙과의 마찰, 탄성 등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각기 스폰서를 받는 업체의 도움을 받아 특별히 제작된 ‘맞춤형’ 축구화를 신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토종 마라토너 이봉주는 98년 동아마라톤에서 우승했을 때 중량 150g의 운동화를 신었지만 최근에는 100g 이하까지 감소됐다.
한편 역도의 경우도 피부와 달라붙어 근육의 활동성을 높여 순간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특수 유니폼을 착용하고, ‘효자 종목’ 양궁의 화살도 보다 세밀하게 튜닝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