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베이징 올림픽 목표를 이렇게 말했다. 한국 펜싱이 세계 정상급 선수와 상대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한국 펜싱은 사상 최초로 금메달과 동메달을 1개씩 목에 걸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베이징 올림픽 펜싱에 걸린 금메달은 총 10개. 한국은 이 가운데 남자 에페 개인과 단체, 여자 에페, 남녀 플뢰레와 사브르 개인 등 7종목에서 올림픽 티켓을 확보했다. 펜싱은 8월 9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 수준 차이 없는 정면승부
남자 에페의 정진선(세계 4위)과 플뢰레 최병철(8위), 사브르 오은석(12위), 여자 플뢰레 남현희(4위), 사브르 이신미(9위), 김금화(15위)가 메달에 근접한 주인공들.
조희제 대표팀 감독은 “정진선과 최병철, 남현희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라며 “나머지 선수도 마무리 훈련에서 단점을 잘 보완하면 메달 획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대회 펜싱은 32강이나 64강 예선부터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한 번 실수하면 바로 탈락이다.
여기에 올 시즌 유럽 검객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정진선은 남자 에페 세계 1위 실비오 페르난데스(베네수엘라)와 올해 국제대회에서 1승 1패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그는 “상위권보다 네덜란드 프랑스 등 10위권 선수들의 실력이 베일에 가려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여자 플뢰레 남현희는 지난달 23일 월드컵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세계 1위 발렌티나 베찰리와 2위 조바나 트릴리니(이상 이탈리아)에게 연이어 지면서 올림픽 본선에서 이들을 넘어서는 게 과제다.
○ 시드니의 영광 다시 한 번
한국 펜싱이 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4년 도쿄 대회부터. 당시 남자 3명, 여자 1명이 출전했지만 모두 예선 탈락했다.
한국 펜싱을 세계에 알린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남자 플뢰레 단체전 준결승에서 쿠바에 졌지만 4위에 올랐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는 남자 플뢰레 개인에서 김영호가 올림픽 첫 금메달을 차지했고 에페 개인 이상기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남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7위, 여자 에페와 플뢰레 개인 8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이석 사브르 코치는 “남자는 유럽, 여자는 미국이 강세인 데다 중국이 텃세를 부릴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며 “빠른 발을 이용해 기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플뢰레-에페 찌르기만 가능 사브르는 베기도 점수 인정▼
몸에 착 달라붙는 흰색 운동복에 마스크, 장갑 그리고 칼을 든 2명의 검객이 가로 14m, 세로 1.5∼2m 크기의 피스트(경기장)에 오른다. 이들은 칼을 오른쪽 위에서 가운데, 왼쪽 아래로 내리며 경의를 표한 뒤 경기를 시작한다.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에서 전투를 위한 검술로 시작된 펜싱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러시아는 올림픽에서 통산 금메달 20개 이상을 차지한 펜싱 강국이다.
펜싱 종목은 플뢰레와 에페, 사브르로 나뉜다. 플뢰레와 에페는 검의 끝으로 찌르는 것만이 인정된다. 사브르는 찌르기와 베기가 가능하다. 공격 범위도 다르다. 플뢰레는 몸통, 사브르는 몸통과 팔 머리 등 상체, 에페는 전신을 공격할 수 있다.
세 종목 모두 예선에서는 5점, 8강 토너먼트부터는 3분 3회 15점 승부다. 동점일 경우 1분 연장전을 하고,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추첨으로 결정한다.
단체전에는 4명(1명은 후보)이 출전해 3명이 각각 3분 5점씩 3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선수의 금속 조끼 뒤 전선이 전기판정기에 연결돼 있어 득점을 판정한다. 찌르기를 했을 때 찔린 쪽 램프에 표시되는 식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