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3도의 찜통더위에 선수들은 연방 손수건으로 땀을 훔쳐냈다. 30일 뒤 중국 베이징의 낮 기온은 40도가 넘는다. 무더위 탓에 선수들의 얼굴은 불그레했지만 표정은 자신감이 넘쳤다.
9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베이징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릴 대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올림픽 개막 D-30을 앞두고 각오를 다졌다.
기자회견장 가운데 앉은 선수는 수영의 박태환. 2006년 11월 도하 아시아경기대회를 30일 남겨놓고 기자회견을 할 때보다 훨씬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박태환은 “이달 초 미국 대표선발전에서 경쟁 선수들의 기록이 많이 좋아져 긴장도 되지만 마무리 훈련을 잘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15세의 어린 나이로 출전했던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출발 실수로 실격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수영 노민상 감독은 “생리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와 많은 연구를 하며 올림픽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아테네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던 여자 역도 75kg급 장미란은 라이벌 무솽솽(중국)의 불참설에 대해 “아직 최종 엔트리가 정해지지 않았다. 무솽솽이 나오든 안 나오든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4년 전 오심의 희생양이 돼 금메달을 놓쳤던 남자 체조 양태영은 “홈팀 중국의 양웨이가 대단한 선수지만 체조는 여러 종목이 있기 때문에 한 선수가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딸 수는 없다. 열심히 한다면 어느 종목에서든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아테네에서 덴마크와 치열한 연장 승부 끝에 눈물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자 핸드볼 임영철 감독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인기를 끌며 아테네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우생순’보다 더한 드라마를 만드는 게 우리의 소망이다”라고 말해 잠시 회견장을 숙연하게 했다.
금메달 10개를 따 2회 연속 ‘톱10’을 노리는 한국은 9일 현재 25개 종목에서 267명이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결단식은 25일 열린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