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히어로 거스 히딩크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히딩크 감독은 예나 지금이나 나르지 않았다. 날카로운 충고와 평가로 한국 축구의 장단점을 꼬집었다.
유로 2008에서 러시아 국가대표를 이끌고 출전한 히딩크는 뛰어난 전술과 전략으로 유럽의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 진입에 성공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번도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던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던 그의 신화창조가 계속됐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지 6년이 흘렀지만 히딩크에 대한 향수는 여전하다. 정치에서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히딩크의 리더십이, 경제 분야에서는 창의성과 임기웅변의 용병술을 접목시킨 주식 투자법 등이 아쉽다.
세월이 흘러 ‘히딩크 배우기’가 잠시 잊혀지는 듯 했지만, 유로 2008을 통해 다시 한번 그의 진가가 발휘되면서 히딩크 열풍은 2002년을 다시 보는 듯 하다. 히딩크의 성공전략은 골프와도 일맥상통한다. 90분을 뛰고도 남을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체력과 상대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공격과 수비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뛰어난 전술, 여기에 기선을 제압하는 뛰어난 언변은 골퍼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히딩크 마법’을 통해 본 ‘히딩크 골프 5계명’을 만들었다.
1. 기초 체력을 길러라
히딩크는 선수들에게 무쇠와 같은 강철 체력을 강조한다. 연장전을 치러도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체력은 상대를 압박하는 승리의 필수 요건이다.
골퍼들에게도 체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골프는 5시간 이상 필드를 걸어야 하는 게임이다. 18홀 내내 일관된 스윙과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체력은 필수다.
특히 더위가 찾아오는 여름철 라운드에서는 기초 체력이 약할 경우 쉽게 스윙 밸런스가 무너져 미스 샷을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마지막 18번홀까지 첫 홀과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자.
2. 기본에 충실하라
히딩크 축구는 기본에서 시작한다. 개인기가 좋더라도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골퍼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면 필드에서 임기웅변 능력이 떨어지고, 상황에 맞는 다양한 기술을 소화하지 못한다. 어드레스, 그립, 퍼트 등은 쉽지만 잊어버리기 쉬운 기본 동작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차곡차곡 준비하면 위기에서도 빛을 발하는 굿샷을 만들어 낼 수 있다.
3. 소신을 가져라
히딩크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언론의 빗발치는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월드컵을 준비해왔다.
필드에서 골퍼들은 귀가 얇아진다.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그린의 경사가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쉽게 판단되지 않아 심각한 퍼트 불안으로 이어진다.
스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굿샷을 칠 수 있다는 자신감과 1퍼트로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좋은 스코어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고집을 부리는 건 곤란하다. 200야드 앞에 워터해저드가 있는데 3번 우드로 넘길 수 있다는 생각은 소신이 아닌 무모함이다.
4. 멀티 플레이어가 되라
한국선수들의 가장 큰 강점은 한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공격, 수비를 가리지 않는 멀티 플레이어다.
요즘 골퍼들을 보면 슬라이스 때문에, 러프가 길어서, 그린이 빨라서 등 스코어가 좋지 못할 때마다 다양한 핑계를 댄다. 히딩크식 골프에서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믿고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클럽을 탓하고, 코스를 탓하는 것은 패배한 팀이 심판을 탓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드라이버부터 아이언, 우드, 퍼터까지 모든 클럽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5. 마무리를 잘하라
축구에서 마지막 5분이 중요하다.
유로 2008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 나선 히딩크는 이 말을 잊지 않았다.
연장 후반 2-1로 앞선 상황에서 공격수 파블류첸코를 뺀 자리에 공격수 시포츠를 투입했다. 결국 그가 투입된 지 1분 만에 야르사빈의 추가골로 3-1의 완승을 거두었다.
골프에서 마무리는 특히 중요하다. 필드 플레이를 잘하고 그린에서 3퍼트를 남발하는 것은 집중력이 부족해서다. 마지막 1∼2홀을 남겨두고 무너지는 골퍼들 역시 마찬가지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대충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골프는 18홀을 끝내고 장갑을 벗어봐야 승자가 결정된다. 16홀에서 따낸 승리가 단 2홀에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