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시력으로 ‘백발 백중’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05분


대한양궁협회의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선수 프로필을 보면 남자 양궁 스타 임동현(22·한국체대·사진)의 시력이 좌우 0.1로 나온다.

중학교 때부터 시력이 나빠져 멀리서는 상대방 얼굴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다.

그런데도 활을 잡으면 70m 밖에 있는 지름 12.2cm에 불과한 10점 과녁을 정확하게 쏜다.

이쯤 되면 불을 끈 채 어머니는 떡을 썰고 한석봉은 붓을 잡았다는 얘기 또는 0.3의 시력으로 아시아농구 최고 슈터로 이름을 날린 이충희의 얘기가 떠오른다.

평소 느긋한 성격에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 임동현은 “실제 시력은 프로필에 나오는 것보다 조금 나은 0.3 안팎이다. 그래도 빨갛고 파랗고 노란 표적지 색깔의 구분이 잘 안돼 그저 뭉개진 것처럼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안경이나 렌즈를 끼지 않는 그는 철저하게 감각을 통해 활을 쏜다고 한다. 화살을 당긴 뒤 놓을 때 턱 근처에 전해지는 느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가운데 작은 점에만 집중하기는 힘들다. 정확히 맞히기보다는 갖다 댄다는 생각으로 쏜다. 조준에 너무 집착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흐리거나 비가 오면 아무래도 경기력에 지장을 받게 된다. 그래서 “베이징에서 더운 건 상관없는데 화창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임동현은 아시아선수권,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에서 개인과 단체 금메달을 휩쓴 데 이어 베이징에서는 ‘더블 그랜드슬램’을 노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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