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KIA와의 주중 3연전을 앞두고 만난 한화 류현진(21)은 이틀 뒤 선발 등판 예정임을 밝히면서 “KIA는 (이)범석이 형이죠?”라고 물었다. “센 투수랑 붙잖아요. 잔뜩 긴장해야겠어요”라고 덧붙이면서….
로테이션상 10일 KIA 선발이 4일 대구 삼성전에서 9회말 2사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벌이다 아쉽게 대기록을 놓친 이범석이라는 점을 의식했던 것이다. 그런 마음은 “최대한 적은 점수로 막는다”는 다짐으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8이닝 무실점 쾌투로 결실을 맺었다.
한화 괴물투수 류현진이 10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단 1점도 허용치 않는 완벽한 내용으로 시즌 9승(5패)에 입맞춤했다.
그의 예상대로 상대 ‘센 투수’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6회까지 0-0 팽팽한 투수전이 계속됐지만 이범석은 7회초 수비 에러가 빌미가 돼 2점을 내주면서 패전 멍에를 썼다.
더욱이 1회 수비 때 1루 커버를 들어갔다 한화 타자 연경흠의 스파이크에 발꿈치 옆쪽을 찍혀 계속 절뚝거리고 피를 흘리는 투혼을 보였지만 ‘류현진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센 투수’ 위에 ‘괴물 투수’가 있었다.
류현진은 1회 1사 후 연속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1사 만루에 몰렸지만 5번 김주형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6번 채종범을 플라이로 유도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난 뒤 평상시 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6회 상대 클린업트리오를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삼진 7개를 곁들이며 탈삼진 1위 LG 봉중근(100개)에 8개차로 다가섰다.
6월 28일 문학 SK전 완봉승 이후 쾌조의 3연승 행진. 아울러 2006년 6월 23일 청주전 이후 KIA에 8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개인통산 KIA전에서만 9게임에 8승을 챙기는 ‘호랑이 잡는 괴물의 힘’을 또 한번 보여줬다.
경기 후 “상대 투수 구위가 좋을 것으로 생각해 최대한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밝힌 류현진은 “1회 고비를 잘 넘기며 페이스를 찾았다. 포수인 (신) 경현이 형 리드가 너무 좋았다”고 승리의 공을 선배에게 돌렸다.
“솔직히 완봉승 욕심이 나긴 했지만 투수코치님께서 그만 던지자고 하셔 미련없이 따랐다”고 털어놓았다. 거침없는 말투와 거침없는 투구 내용, 역시 ‘괴물’ 류현진이다.
광주=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