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잠실구장 두산 덕아웃. 훈련을 마치고 들어오던 투수 이재우(28·사진)는 내년 2월에 태어날 아기 이야기가 나오자 금세 입이 함지박만 해졌다.
‘얼짱’ 배구 선수 출신인 이영주(28) 씨와 웨딩마치를 울린 지 9개월째. 두 사람의 2세가 3개월째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들인지 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재우는 “상관없다. 무조건 좋기만 하다”고 했다.
이재우는 요즘 경기가 끝나면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간다. 오매불망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이 씨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임신 전에는 아내가 완벽한 내조로 이재우를 돌봤으니 이제는 남편 차례. 음식 솜씨 좋은 부인을 둔 덕에 요리까지 손 댈 필요는 없지만 집안 청소처럼 ‘힘’이 필요한 일은 당연히 이재우의 몫이다.
그래도 웃음만 절로 나온다. 한 여자의 남편이 됐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이번 시즌, 이재우는 대부분의 군 복귀 선수들과 달리 최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면서 벌써 8승(공동 4위)에 11홀드(4위). 다승 10걸 가운데 선발투수가 아닌 사람은 이재우 뿐이다.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은 이미 경신했고, 10승도 눈 앞이다.
이재우는 “이상하게 동점 상황에 등판하는 일도 많았고, 2-3이닝 잘 막다 보면 타자들이 점수 내줘서 이기곤 하더라”며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아무래도 올해 운이 좋은 게 다 복덩이들 덕분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잠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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