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GC는 해마다 코스를 늘이는데 집중한다. 티잉 그라운드를 이동하거나 그린을 넓혀 핀을 최대한 뒤쪽으로 꽂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이유는 단 하나, 쉽게 정복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날로 성능이 향상되는 장비의 발달과 골퍼들의 기술적인 향상으로 오거스타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단순히 코스가 길다고 해서 난이도가 높아질까? ‘NO’라고 대답하는 골퍼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다음에 소개하는 골프장들의 생각은 ‘YES’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 골퍼들은 머릿속으로 코스 공략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티샷을 어느 지점에 보내고, 세컨드 샷으로 몇 야드를 보낸 다음, 그린에 올라가 2퍼트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코스에서의 얘기다.
만약 홀의 길이가 1000m를 넘는다면 골퍼들은 어떤 계획을 세워 공략에 나설까? 거리에 자신 있는 골퍼라면 환호를 지를 법도 하지만 웬만한 골퍼들은 스코어카드에 표기된 숫자만으로도 아연실색하게 된다.
○일본 사츠키골프장 버디하면 와인 선물
일본 아키타현 사노의 사츠키 골프장 7번홀은 골퍼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자그마치 홀의 길이가 964야드다.
1000야드에 가까운 장벽을 넘어야 그린에 도착할 수 있는 홀이다.
이 홀이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이라면 천천히 산책하면서 그린까지 걸어가겠지만 그럴 수 없다. 샷을 하면서 볼을 똑바로 보내야 겨우 파 세이브가 가능하다. 다행히도 이 홀은 평평한 부지에 조성됐다.
골프장 측은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는 골퍼에게 와인 한 병을 선물한다.
○태국 힐 골프장 연못이 페어웨이 나눠
태국 라용에 위치한 세인트앤드루스 힐 골프장은 거대한 2개의 파6홀을 보유하고 있다. 4번(파6)홀은 총 길이가 878야드다. 거대한 연못이 페어웨이를 둘로 나누어 놓았다. 위험하지만 파 세이브를 지켜내기 위해선 과감한 티샷으로 나무숲과 연못을 넘기는 모험이 필요하다.
이 홀에서 플레이한 미국의 노장 게리 노키스트는 “그린에 도착하기 위해선 드라이버, 4번 아이언, 3번 우드, 그리고 웨지가 모두 필요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13번홀도 난공불락이다. 861야드에 달하는 파6홀로 장타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홀 전체를 거대한 호수가 둘러싸고 있어 위험한 요소가 많지만 무조건 멀리 쳐야한다. 그린에 올라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2단으로 형성되어 있어 정교함을 요구한다.
○영국 크론돈파크 골프장 860야드
영국 에섹스에 위치한 크론돈파크 골프장의 18번홀도 골퍼들의 장타 욕구를 솟구치게 만든다. 860야드의 파6홀로 영국에서 가장 길다.
롱 드라이브 챔피언 출신의 폴 베링턴은 “몇 년 전 이 홀에서 두 번째 샷으로 온 그린을 시도했는데 30야드 정도 짧게 치는 바람에 아쉽게 실패했다. 긴 코스에서는 무엇보다 티샷이 중요하다”고 공략 비법을 공개했다.
이밖에도 ▲미국 버지니아의 메도우팜스 골프장 12번홀(파6, 841야드) ▲미국 플로리다의 스프링 레이크 골프장 6번홀(파6, 800야드) ▲캐나다 앨버타의 너서리 골프장 11번홀(파6,782야드) ▲미국 아이다호의 링크스 9번홀(파6,777야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팜스테드의 18번홀(파6, 767야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블랙마운틴 17번홀(파6,747야드) 등도 골퍼들을 주눅 들게 만드는 롱기스트 홀로 손꼽힌다.
○군산CC 레이디 티서도 파세이브 힘들어
국내에도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롱기스트 홀이 있다. 군산CC 정읍코스 3번홀의 길이는 세계에서 가장 긴 1004m이다. 게다가 이 홀은 바다에 인접해 있어 항상 바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제 느껴지는 체감 거리는 이보다 훨씬 더 길다. 파7로 조성됐지만 레이디 티에서도 853m에 달해 파 세이브가 쉽지 않다.
골프장들이 이런 ‘괴물’ 코스를 만든 이유는 눈길을 끌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용감무쌍한 골퍼들은 주눅 들지 않고 이 마저도 정복하길 원한다. 장타를 즐기는 골퍼에게 롱기스트 홀은 ‘도전’이라는 강렬한 욕구를 솟구치게 만든다.
기막힌 기록들
○1가장 긴 홀인원=미국인 마이크 크린은 덴버의 그린밸리 란치 골프장에 있는 517야드 파5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가장 긴 홀인원이다.
○2롱기스트 비거리=장타자 양크 잭 햄이 콜로라도 하이랜드 란치 코스에서 458야드를 날려 보냈다. 이는 티샷으로 볼이 떨어진 지점까지만 측정한 거리이다.
○3롱기스트 알바트로스=시카고의 게빈 머레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괌 블루 골프클럽의 647야드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에 집어넣는 기적 같은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4720야드 최고 비거리=브릿 폴 슬래이터는 런던의 공항 활주로에서 열린 롱기스트 드라이브 콘테스트에서 720야드를 보내 방음벽을 맞힐 뻔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