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앙금은 남아 있지 않았다.
6월 15일 문학 KIA전에서 빈볼과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SK 윤길현이 11일 문학 경기에 앞서 상대 덕아웃을 찾아 최경환과 이종범에게 머리를 숙여 사죄의 뜻을 밝혔다. 먼저 윤길현을 맞은 최경환은 “모두 잊어버리고 이제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고, 복도에서 뒤늦게 만난 이종범은 “(이번 일이)앞으로 네 야구 인생에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면서 역시 “더 잘 할 수 있길 바란다”는 덕담으로 후배를 용서했다.
5일 1군 엔트리에 복귀하면서 윤길현은 또 한번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 뒤 “다음 번 3연전 첫 경기에서 직접 찾아가 사죄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윤길현 파문’은 결국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 ‘마지막 절차’를 마치며 가슴 한켠에 남아있던 앙금까지 말끔하게 털어낸 듯 했다.
‘윤길현 파문’은 팬들과 언론의 강한 비난을 받는 등 한 동안 국내 프로야구계를 벌집 쑤셔놓은 듯했고 윤길현은 물론 적잖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최근 본의 아니게 타자를 맞힌 뒤 모자를 벗어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투수들이 부쩍 늘어나는 등 ‘불행 중 다행’으로 좋은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윤길현 파문이 본인에게나, 다른 선수들에게나 한 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팬 앞에 서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문학=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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