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용병 선발, 10억이나 쓰는데도…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차라리 우리 구슬이 맨 먼저 안 나오는 게 나을지 몰라요.”

추일승 프로농구 KTF 감독은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출국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KTF는 모비스, 오리온스, 전자랜드와 마찬가지로 1순위를 뽑을 25%의 가능성이 있지만 지명 순서가 빨리 나오는 게 꼭 유리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역대 9차례의 용병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팀 가운데 정규리그 2위 안에 들어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경우는 3차례에 불과하다. 포스트시즌에 진출조차 못한 경우도 5차례에 이른다.

특히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은 외국인선수 복이 없기로 유명하다. 모비스 시절인 2002년 채드 핸드릭을 1순위로 뽑았으나 시즌 개막 전 부상과 기량 미달까지 겹쳐 1경기만 출전시킨 뒤 퇴출시켰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테런스 섀넌을 1순위로 영입했으나 아쉽게 7위로 6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삼성은 1997∼1998시즌 존 스트릭랜드를 1순위로 뽑은 뒤 ‘당장 우승 전력’이라는 찬사를 들었으나 시즌 종료 후 순위는 고작 9위였다.

이처럼 거물로 지목된 선수가 팀 전력에 별 보탬이 안 된 것은 화려한 경력에 묻혀 부상 전력, 성격 등 기량 및 팀워크와 직결되는 항목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해서다. 현행 선발 제도로는 경기 녹화 테이프, 이력서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세밀한 평가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1주일도 채 안 되는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농구연맹은 자체 경비 1억6000만 원과 10개 구단 지원금을 합쳐 5억 원 이상의 거금을 쏟아 붓고 있다. 각 팀이 사전에 해외 정보 수집을 하는 데 들인 비용 등을 합치면 용병 선발에만 10억 원 이상이 들어간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어떤 희비가 엇갈리게 될까. 그 결과에 대한 궁금증만큼이나 선발 과정 개선에 대한 고민도 커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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