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서만 28개… 마약중독 딛고 역대 최다 기록
백발의 70대 노인이 15일 미국 양키스타디움의 마운드에 올랐다. 타석에는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인생 역전의 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그의 제자 조시 해밀턴(27·텍사스)이 들어섰다.
해밀턴의 스승 클레이 카운슬(71) 씨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홈런더비에 출전한 제자를 위해 배팅볼을 던졌다.
스승이 던지는 ‘안성맞춤’ 배팅볼을 힘껏 받아친 해밀턴은 1라운드 역대 최다인 2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관중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만들었다.
이날 스승 카운슬 씨의 ‘등판’은 해밀턴이 홈런더비 출전 가능성이 높아진 6월경 “나를 위해 공을 던져 달라”고 부탁했고 카운슬 씨가 “대단히 감격스러운 일”이라며 제자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여 이뤄진 것.
부탁을 받은 카운슬 씨가 “가슴이 벅찰 만큼 감격스러운 일인데 심장마비에 걸리면 어떡하느냐”고 농담처럼 묻자 해밀턴은 “의료진이 항상 대기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을 시켰다고 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롤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야구부 코치를 지낸 카운슬 씨는 당시 같은 학교 학생은 아니었지만 해밀턴의 개인훈련을 도와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카운슬 씨는 당시에도 해밀턴에게 배팅볼을 던져주며 타격을 가르쳤다.
특히 1923년 개장한 양키스타디움이 올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이날 카운슬 씨의 등판은 더욱 의미가 깊다.
마약 복용과 알코올 의존증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2003년 영구 추방 징계를 받은 해밀턴은 이후 마약복용을 중단해 징계가 철회됐다. 2007년 선수생활을 재개한 뒤 시카고와 신시내티를 거쳐 텍사스로 트레이드됐으며 올해 전반기 타율 0.310, 홈런 21개, 95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해밀턴은 이날 152m가 넘는 대형 홈런 3방을 포함해 모두 35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겼으나 결승에서 저스틴 모노(미네소타)에게 3-5로 져 2위에 그쳤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