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덕아웃에 돌아와 취재진을 만난 김 감독의 입에선 뜻밖의 발언이 튀어나왔다. “FA를 뽑아달라고 했는데 (프런트가) 안 들어줬다. 스카우트팀은 3년 연속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아픈 선수들을 뽑았다.”
타당성 여부를 떠나 현장의 수장으로서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들릴 소지가 다분한 발언이다. FA를 안 뽑아줘 팀이 이 지경이 됐다는 말은 곧 지금 휘하에 있는 선수들은 못 믿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아울러 현재 LG 야구단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경영진단을 받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을 김 감독이 화살을 프런트의 지원 부족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꺼내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그렇고, 궁색해 보이기까지 했다.
LG 역대 사령탑들 가운데 김 감독의 경우처럼 프런트가 현장에 전권을 부여하고, 요구를 들어준 사례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야구계의 일반적 평이다. 최하위로 처졌어도 현장에 대한 문책인사는 일체 없었다. 3년 총액 15억5000만원이란 역대 최고대우로 모셔온 감독이 ‘선수 없다’고 드러내놓고 말하니 난감한 일이다. 고통분담, 지금 LG에 가장 절실한 명제일지도 모른다.
대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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