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카메라로 선진 축구 따라잡기

  • 입력 2008년 7월 17일 08시 38분


“얘들아, 실점 장면 제대로 찍었니? 못찍으면 안되는데….” 하재훈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장의 움직임이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박성화호와 과테말라 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린 16일 안산 와∼스타디움. 전반 32분 한국 올림픽팀이 실점하자 하 부장은 경기장 꼭대기에 위치한 11대의 카메라 장비 사이를 오가며 학생들이 찍은 영상 상태를 체크했다. 김세윤 비디오 분석관의 장비까지 포함하면 총 12대.

유로2008을 관전하고 돌아온 하 부장의 제안으로 협회가 야심차게 추진한 ‘트래킹 기법’이첫 선을 보였다. 이전에는 캠코더 1대가 스케치한 영상을 활용했지만 11대의 장비가 추가돼 필드내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살필 수 있게 됐다. 코칭스태프뿐 아니라 선수 개인의 활동폭, 거리 등이 60분짜리 DVD에 담겨 선수들에게 주어진다. 하 부장은 “첼시와 맨유 등 유럽의 여러 클럽들이 이런 방법으로 분석한다”며 “우리는 독일 쾰른FC가 활용하는 기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협회 기술국은 부천 폴리텍 2대학 미디어 영상학과의 협조를 구해 6대의 장비를 대여했고, 올림픽팀의 남은 평가전 2경기까지 계속 이 기법을 활용할 계획이다.

물론 문제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이 장비 운용에는 익숙하지만 축구에 대한 식견은 얇은 탓이다. 실제로 한 학생은 전반전이 끝난 뒤 하 부장에게 “공을 따라다니다 정작 담당한 선수의 모습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 부장은 “화면을 넓히라”고 주문했지만 후반전에도 마음에 드는 영상은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하 부장은 낙관적이었다. “어차피 첫 걸음에 불과하다”고 말한 그는 “이번 촬영을 계기로 학생들도 익숙해질 것이다. 본선에 나갈 때까지 단 한 번이라도 좋은 영상이 나오면 선수들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안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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