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008년 삼성은 좀 다르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주축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을 이유로 이탈과 복귀를 거듭하고 있고, 급기야 16일에는 웨스 오버뮬러와 톰 션 등 두 외국인투수가 동시에 퇴출되기에 이르렀다. 에이스 배영수가 팔꿈치 수술에서 회복중이기는 하나 전성기의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분실해 악전고투하는데다 이상목과 전병호는 워낙 노장들이라 선발진을 구성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마운드 사정은 열악해졌다. 18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도 선동열 감독은 “선발이 없다. 할 수 없이 정현욱을 로테이션에 합류시켰는데 대신 불펜이 약해져 고민스럽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난세는 영웅을 낳는 법. 이날 선발로 나선 윤성환(27)이 그랬다. 올 시즌 개막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아직 경험이 미숙한 탓에 붙박이 선발로 완벽한 믿음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4게임에 선발로 16차례, 중간으로 8차례 등판한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팀은 물론 본인 역시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서 윤성환은 기대이상의 호투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7이닝 동안 25타자를 맞아 볼넷은 한개만 내주며 4안타 무실점을 기록, 팀의 3-0 승리와 3연승을 이끌었다. 특히 삼진을 무려 9개나 잡아내며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잠재운 대목이 단연 돋보였다. 개인 최다 탈삼진. 최고 구속 145km의 직구도 일품이었지만 그만의 전매특허인 낙차 큰 커브를 효과적으로 구사해 한화 타자들을 움찔거리게 만들었다. 시즌 7승(9패)으로 팀내 다승 1위가 됐고, 방어율도 3.69로 낮췄다.
윤성환은 “팀이 4강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기려고 집중했다. 또 송진우 선배와 맞대결에서 많이 패했는데 오늘은 꼭 이겨보고 싶었다”며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대구=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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