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을 보고 바람의 방향을 잡은 윤옥희(24·예천군청)와 박성현(25·전북도청)은 연달아 10점을 쐈고, 대표팀은 227-215로 아시아서킷대표를 꺾었다. 문 감독은 “바람이 불 경우 단체전 2·3번 선수는 1번 선수의 화살을 보고 얼마나 오조준을 할 지 결정한다”고 했다.
양궁선수들은 바람이 심할 경우, 5∼6점을 조준하기도 한다. 구자청(41·현대모비스) 코치는 “20년 전 알루미늄 화살 시절에는 바로 옆 선수의 과녁을 조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현재는 화살의 재질이 알루미늄 카본이라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 윤옥희는 17일 여자개인전 결승 슛오프를 떠올리며 “9시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9점을 보고 쐈는데 8점에 맞았다”면서 “아예 8점을 조준했더라면 10점에 맞았을 것”이라고 웃었다.
대표팀은 평지에 위치한 베이징 양궁장에 때때로 소용돌이 바람이 분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과녁 뒤에 있는 출입구 2개에서 바람이 들어오기도 한다. 사선에서 느끼는 바람과 표적 주변의 바람 방향이 다를 수도 있다. 대표팀 맏형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는 “상대가 쏘는 것을 보면 풍향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뒤에 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개인전 1엔드에서는 랭킹라운드에서 더 좋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가 쏘는 차례를 정할 수 있다. 2엔드부터는 점수가 낮은 선수가 먼저 쏜다.
문 감독은 “오조준은 상당한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랜 경험과 자신감이 있어야만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박경모는 “강하게 날아가는 활을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바람이 불 때 강하다”고 했다. 대표팀은 이틀간의 미디어 및 소음 적응 훈련에서 ‘바람’이라는 실전옵션까지 추가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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