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는 2008 베이징올림픽 축구 대표팀 승선 명단이 확정됐다. 박성화 감독이 21일 파주NFC에서 발표한 18명 최종 엔트리는 조영철(요코하마FC) 등 일부 멤버가 깜짝 발탁됐다는 점만 제외하곤, 당초 예상과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주력 선수들의 멀티 능력과 중원 장악, 공격력 강화 등 몇 가지 분명한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멀티 강조, 포지션 파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중용됐다. 박 감독은 “효율적 팀 운용을 위해 선수들은 여러 위치에 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와일드카드로 선택된 김동진(제니트)과 김정우(성남)부터 이 기준에 부합한다. 왼쪽 풀백 김동진은 센터백이 가능하고, 김정우는 본업인 수비형 미드필더는 물론, 공격형으로도 뛸 수 있다. 또 박주영(서울)도 3가지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한다. 전방 공격수와 섀도 스트라이커, 측면 공격수로 활용된다. 이근호(대구)도 공격수는 물론, 측면 요원으로 출격이 가능하다. 대학 선수로는 오랜만에 올림픽에 나서게 된 김근환(경희대)은 올림픽팀에선 수비 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나 정작 아마추어 무대에선 스트라이커로 뛰곤 했다. 조영철은 측면 미드필더를 주로 맡지만 1월 스페인 전지훈련에선 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중원 장악 + 공격력
해법은 중원이다. “수비 위주의 축구는 없다”고 강조해온 박 감독은 미드필드에 주안점을 뒀다. 18명 중 가장 많은 7명을 허리 진용에 할애했다. 수비진은 6명이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백지훈(수원)과 오장은(울산)을 명단에 포함시킨 것도 중원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또 김승용(광주)과 조영철, 이청용(서울)은 측면에서 상대를 전방위로 압박한다. 박 감독은 “먼저 중원을 장악해야 이탈리아, 카메룬과의 전력차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비 명단에서도 공격 강화를 목표하는 박 감독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공격형 수비수’로 각광받는 신광훈(전북)은 16일 과테말라 평가전에서 오른쪽 풀백에 위치, 빠른 스피드와 잦은 공격 가담으로 상대 조직을 허물었다. 왼쪽 수비수 김동진도 같은 맥락이다. 박 감독도 “신광훈과 김동진은 대단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기대했다.
○코드 인사-조직력의 기로에
2003년과 2005년, 20세 이하 청소년팀을 이끈 박 감독은 당시 주축으로 뛴 박주영, 신영록, 이근호, 김진규, 백지훈 등 8명 멤버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일장일단이 있다. 자칫 코드 인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부진한 박주영(서울)을 기용해 안팎의 비난에 시달려온 박 감독은 워낙 시간에 쫓겨온 터라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검증된 인원을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멤버들이 서로 잘 아는 만큼 조직력에도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와일드카드에 일반 선수들과 연령차가 크지 않은 인원을 택한 것도 ‘조직력’을 생각해서다. 박 감독은 “공동의 목표 의식에 부합하는 선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파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파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