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경기 직전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를 생각한다. 잘해야 본전이고 어쩌다 한번 실수라도 하면 ‘공공의 적’으로 몰리기 때문.
5kg이나 나가는 보호대를 착용한 채 서너 시간 자리를 지켜야 한다.
때로는 오심 논란에 휩싸여 마음고생을 하기도 한다.
프로야구 심판이 그렇다.
그들의 하루 일과를 엿봤다.》
○ 늦은 기상, 늦은 취침
심판들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야구 경기가 보통 오후 10시 이후에 끝나 밤 12시가 지나서야 잠자리에 든다. 그렇다고 마냥 잘 수도 없다.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오전에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한다. 정확한 판정을 하기 위해 눈 운동을 하고 병원 치료를 받기도 한다.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면서 전날 경기를 다시 살펴본다. 잘못한 판정이 있었는지, 다른 구장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훑어본다.
○ 선배에 대한 예의는 기본
심판들은 주심과 1, 2, 3루심, 대기심까지 5명이 한 조로 움직인다. 시즌 중에는 지방을 같이 돌아다니다 보니 가족보다 더 친하다. 하지만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는 철저하다. 20대 막내 심판은 50대 고참 심판의 짐을 챙기고 구두를 닦는다.
이민호 심판은 “심판 세계에서는 ‘경험’이 모든 것을 말한다”며 “30대 젊은이가 기업 회장이 되는 세상이지만 심판은 다양한 실전을 경험한 선배가 최고”라고 말했다.
○ ‘경기=전쟁’
심판에게 경기는 제3자가 바라보는 전쟁이다. 주심과 누심은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수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TV에서 슬로비디오로 심판 판정의 잘못이 드러날 때는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문승훈 심판은 한 경기에서 투수의 보크 판정을 했다가 누리꾼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해당 블로그에 들어가 상세하게 설명해줬고 사과를 받았다.
한 심판은 팬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수백 번 스트라이크와 볼, 아웃과 세이프를 판정하면서 실수할 수 있다.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특정 팀을 편들어 오심하는 심판은 없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봐줬으면 한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덕환(미국 워싱턴대 국제관계학과 4년) 김지현(서울대 외교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