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남색 운동복 상의에는 태극마크가 선명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들의 눈은 반짝였다. 하지만 한 선수는 홀로 회색 면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어색해했다. “제 운동복은 특별 제작하느라 아직 안나왔데요. 뭐 튀고 좋지요.”
202cm의 하은주(25)는 애써 섭섭함을 달랬다.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고도 부상으로 팀 합류를 못하고 있는 그의 처지가 ‘나 홀로 청바지’를 입은 모습과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22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 출정식.
첫 경기인 브라질전(8월 9일)이 보름 남짓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표팀 최장신 하은주의 출전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4월 오른쪽 무릎 내측 연골 부상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달리기도 못할 정도예요. 재활에만 전념했지만 출전이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본선에서 상대할 팀들은 한국보다 신장이 포지션별로 5∼10cm 크다. 하은주의 결장은 리바운드뿐 아니라 수비에서 큰 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화 감독은 “은주가 5분 정도만 뛰어줘도 큰 도움이 될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하하 남매’는 올림픽과 불운이 겹치는 듯하다. 하은주의 동생 하승진(222cm) 또한 무릎 부상으로 이달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예선 캐나다전에서 결장했다.
하은주는 “최근 승진이를 만났는데 너무 아쉬워했다. 저라도 본선 무대에 꼭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상황이 어렵지만 대표팀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본선 최하위의 치욕을 씻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을 재현한다는 각오다.
정 감독은 “신장과 리바운드의 열세를 전면 강압수비 등 수비로 풀어가겠다. 설령 점수는 지더라도 열정이나 투지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기대해 달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대표팀은 개막 전날인 8월 7일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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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지현(서울대 외교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