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체력 훈련…그래서 ‘恨드볼’!

  • 입력 2008년 7월 23일 09시 02분


영화 ‘우생순’의 임순례 감독은 “핸드볼이 한국의 전통적인 여성상과 딱 들어맞는다”고 했다. 해도 한(恨)스럽지만 안해도 한스러운 것이 핸드볼이다. 서울시청은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안예순은 한체대 졸업 후 서울성산초등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팀에 합류했다. 박혜경은 결혼 후 4년간 공을 잡지 않다가 창단소식을 듣고 임오경 감독(사진)을 졸랐다. 이상은(33)과 강지혜는 덴마크에서, 김진순은 일본에서 날아왔다. 이들은 “남들이 뭐라든 난 핸드볼이 너무 하고 싶었다”고 했다.

비단 서울시청 뿐만이 아니다. 대표팀도 세계무대에서 도깨비 같은 존재다. 임 감독은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한 뒤 속공으로 연결하는 기술은 세계최고”라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노르웨이·덴마크 등 강호들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수비가 강하고, 노르웨이는 공격이 좋다. 한국은 스피드가 강점.

채병준 코치는 “유럽 팀들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0-6수비’를 주로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0-6수비’는 6m라인 근처에 모든 수비를 집중시키는 전술. 수비 측 신장이 좋은 반면 발이 느릴 때 많이 사용한다. 체력소모가 적은 장점도 있다. 이 수비를 뚫는 방법은 강력한 롱슛이다. 롱슛이 들어가면 상대 수비를 끌어 낼 수 있고, 우리의 빠른 발도 활용도가 높아진다.

반면, 한국은 ‘1-2-3수비’가 주 전술이 될 전망. 6m라인 근처에 3명, 그 앞 선에 2명, 맨 앞에 1명이 선다. 수비라인이 더 올라간 형태이기 때문에 롱슛을 잘 막을 수 있지만 수비수 간의 공간이 크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크다. 피봇 방어와 더블팁 등 협력 수비도 중요하다. 애초부터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전술. 그래서 한국핸드볼은 한(恨) 서린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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