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국 복싱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메달밭 또는 메달박스로 불리며 한국을 올림픽 10위권에 올려놓을 유망 종목으로 평가받았다. 광복 후 태극기를 앞세우고 처음 출전한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따낸 2개의 동메달 중 하나도 복싱에서 나왔을 만큼 복싱은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인 효자 종목이었다.
그랬던 한국 복싱이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김광선(플라이급)과 박시헌(라이트미들급)의 금메달 이후 금맥이 끊겼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20년 만에 복싱 금메달이 나올 수 있을까.
전망이 그렇게 밝은 것은 아니다.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메달 유망 종목 리스트에서 복싱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대한체육회는 복싱을 ‘선전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분류해 놓았다.
그러나 선수들을 가까이서 직접 지켜본 천인호 복싱대표팀 감독은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천 감독은 “전통적인 복싱 강국 쿠바와 미국, 러시아 선수들을 초반에만 만나지 않는다면 모든 선수에게 메달을 기대해 볼 만큼 선수들 실력은 정상급”이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 한국은 51kg급 이옥성(27·보은군청), 54kg급 한순철(25·서울시청), 60kg급 백종섭(28·충남체육회), 69kg급 김정주(27·원주시청), 75kg급 조덕진(25·상무) 등 5명이 출전한다.
가장 선전이 기대되는 선수는 2005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한 ‘꽃미남 복서’ 이옥성. 당시 이옥성의 세계선수권대회 1위는 1986년 문성길 이후 19년 만에 나온 것이어서 한국 아마추어 복싱의 부활로 평가받았다.
이옥성은 발놀림이 빠르고 기술과 체력이 모두 뛰어나다. 특히 이옥성의 체급인 플라이급에는 중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아 개최국의 텃세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정주에게도 금메달을 기대해 볼 만하다.
2002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와 2006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각각 은메달을 딴 백종섭과 한순철, 2005 아시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인 조덕진도 대진운만 따라준다면 메달권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2분 4라운드 경기… 부심 5명중 3명 인정해야 유효점수▼
상대 선수보다 많이 때리고 덜 맞아야 이긴다는 것은 같지만 올림픽의 아마추어 복싱은 프로 복싱과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올림픽 복싱은 2분 4라운드로 치러진다. 매 라운드가 끝나면 1분간 휴식이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까지는 3분 3라운드로 진행됐으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2분 4라운드로 바뀌어 전체 경기 시간은 1분이 줄었다. 프로 복싱은 라운드당 3분씩 해서 적게는 4라운드에서 많게는 12라운드를 한다.
아마 복싱은 프로와 달리 선수들이 보호 장비인 헤드기어를 쓰고 소매가 없는 상의를 입은 채 경기를 한다. 선수들이 끼는 글러브에 유효 가격 부위(너클 파트)가 흰색으로 따로 표시돼 있는 것도 프로와 다른 점이다. 올림픽 복싱에서는 프로(일반적으로 6∼8온스)보다 두꺼운 10온스짜리 글러브를 사용한다.
프로에서는 3명의 부심이 라운드마다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지만 올림픽에서는 한 선수가 유효 펀치를 날렸을 경우 5명의 부심이 1초 이내에 전자 채점기 단추를 눌러 점수를 주는 방식이다.
5명의 부심 중 3명 이상이 유효 펀치로 인정해 동시에 채점기 단추를 눌러야 점수가 올라간다. 양 선수의 점수 차가 20점에 이르면 RSC(Referee Stop Contest)가 선언된다. 두 선수의 실력 차가 너무 커 선수 보호 차원에서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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