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대결서 또 2안타…투수교체 이끌어
이런 걸 두고 천적이라고 할까.
KIA 선발투수 이범석(23)은 4일 대구 삼성전에서 9회 2사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가다 3루 내야안타를 맞고 대기록을 놓쳤다. 당시 기록을 무산시킨 주인공은 삼성 박석민(23·사진)이었다.
둘은 동갑내기지만 프로입단은 1년 차이가 난다. 이범석이 청주기계공고 3학년 때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하기 위해 1년을 쉬었기 때문이다.
박석민은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04년 1차지명을 받았고, 이범석은 2005년 2차지명 2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이범석은 “박석민이 나에게 강해 일부러 볼넷으로 내보내려고 바깥쪽 볼을 던졌는데 내야안타가 됐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23일 재대결을 벌였다. 이범석은 그대로 선발투수였고 박석민은 여전히 삼성의 4번타자로 선발출장했다. 장소만 광주구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날도 박석민은 이범석을 몰아붙였다. 타점은 올리지 못했지만 득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내면서 이범석을 강판시켰다.
1회초 2사 1루서 박석민은 중전안타로 찬스를 이어줬고, 이어 최형우의 적시타가 터졌다. 계속된 2사 1·3루 채태인 타석 때 이범석은 보크를 범했고, 3루주자 박석민은 유유히 홈을 밟아 팀의 2점째를 뽑았다.
2-2 동점을 이룬 뒤 2회초. 우동균의 3타점 3루타, 1사후 박한이의 1타점 좌전안타가 터졌다. 스코어는 6-2. 박한이가 도루에 실패해 2사 주자없는 상황. 여기서 박석민은 우전안타를 날려버렸다. 그러자 이닝을 마무리하기를 기대했던 KIA 벤치였지만 결국 이범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박석민의 안타 2개는 이범석을 강판시키는 지렛대 효과를 냈다.
이로써 박석민은 이범석을 상대로 통산 2루타 2개 포함 9타수6안타(0.667)를 기록하며 천적임을 입증했다.
이범석은 올 시즌 6승을 올린 데다 2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며 KIA의 든든한 선발투수로 자리잡았지만 박석민을 피해가지 못하면서 이날 시즌 7패째를 당했다.
박석민은 시즌 초반 삼성의 새로운 4번타자로 자리잡고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쳤으나 전날까지 최근 5경기에서 18타수 1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그런데 이날 150km 파이어볼러 이범석을 만나 타격감을 찾았다. 박석민은 “특별한 비결이 있겠나. 초반에 이범석에게 잘 쳐서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서고 있다. 그것뿐이다”면서 웃었다.
이범석으로서는 노히트노런을 깨더니 이날 조기강판의 선봉장이 된 동갑내기 박석민이 얄미울 수밖에 없다.
얄궂은 승부의 세계다.
광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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