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기가 없다
롯데 야구는 카림 가르시아를 닮았다. 힘 있고 역동적이지만 허술한 구석도 뚜렷하다. 번트와 히트 앤 런, 주루, 수비에 걸쳐 미숙함을 노출하고 있다. 22-23일 문학 SK전은 가르시아의 3점 홈런이 터졌는데도 막판에 거듭 뒤집어졌다. 결정타를 먹이고도 불펜, 수비, 주루, 번트에 걸쳐 실수를 연발하다 자멸한 셈이다.
7월 롯데의 위기는 곧 로이스터 리더십의 위기로 집약될 수 있다. 불펜진이 망가진 상태에서 점수를 제조하는 야구마저 시도하지 않자(못하자) 1점차 승부에서 강팀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로이스터는 투수에게 ‘무사 2루에서 견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고, 희생번트 상황이 와도 잘 안 댄다. 번트를 못 대서 그런 거라면 훈련으로 보완해야 되는데 봄 캠프 훈련량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시즌 중이나 8월 올림픽 브레이크 때 훈련량을 확대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감독이 훈련을 달갑지 않게 보니 슬럼프에 빠진 이대호는 ‘몰래 특타’를 했다고 한다.
○ 대안이 없다
7월 위기설의 원인에 대해 롯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로이스터 감독이 지향하는 팀은 SK나 두산처럼 스피디하고 세밀한 야구다. 그런데 정작 지금 롯데는 중장거리 타자로 편중돼 있다.” 즉,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를 자기 컬러에 맞춰 개조하지 못하고 의도하지 않은 길로 치닫는 셈이다.
아울러 정수근과 매클레리의 공백을 메울 선수도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2군 활용이나 경쟁 유발보다 주전 고정으로 안정을 중시한 로이스터 운용술의 반작용일 수 있다.
○ 기약이 없다
롯데는 8월 올림픽 브레이크에서 전열을 정비한 뒤 후반기에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을 내비치고 있다. 타자로 예상되는 용병이 가세하면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한화-두산과 맞붙는 전반기 막판 6연전이 고비다. 비가 내려주길 바라고, 타격 사이클이 회복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더욱 불안하다. 롯데의 고난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