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의 주역인 ‘국보 센터’ 박찬숙(49·사진) 씨의 명함도 그랬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대표이사’란 직함을 새로 새겨 넣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농구 스타가 체육행정가에 이어 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두 달 전에 대표이사가 된 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박 씨가 사장으로 취임한 곳은 ‘이아이팩(eipeg)’이라는 ‘스포츠 선수 평가 시스템’ 개발, 운영 업체. 사무실이 한양대 안산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 위치해 학교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현재 자체 개발한 농구 선수의 평가 시스템을 한국농구연맹과 한국여자농구연맹 등에 공급하고 있다.
“예전엔 선수들의 득점을 평가할 때 단순히 몇 점을 넣었다는 것만 산정했지만 이제는 역전골, 결승골 등으로 가중치를 적용해 좀 더 합리적으로 평가하자는 거죠.”
이렇게 선수들의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은 다시 100여 개 세부 가중치가 적용돼 연맹과 구단에 전달된다. 구단은 이를 토대로 선수와 연봉 협상을 벌이기도 한다.
190cm의 큰 키답게 그는 멀리 봤다. “최근 협상차 미국프로농구협회(NBA)에 다녀왔어요.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계약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또 축구에 대한 평가 시스템 개발을 위해 10여 명의 직원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두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한 박 씨는 간간이 대학 강의도 하고, 최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에 농구교실 4호점도 열었다. 부지런한 것은 코트 밖 세상에서도 여전하다.
그는 “시간을 쪼개 베이징 올림픽에도 응원 가고 싶다. 후배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믿는다”며 웃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