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태극전사 “금을 찔러라”…코칭스태프 4인방의 수다

  • 입력 2008년 7월 28일 09시 00분


2008베이징올림픽 펜싱대표팀 코칭스태프 중 한 코치가 불쑥 얘기를 꺼냈다. “2004아테네올림픽 때 노메달의 불명예를 쓴 뒤에 선수촌 식당 가는데도 조심스러웠다. 쥐 죽은 듯이 갔다가 슬며시 나왔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노메달의 충격은 컸다. 하지만 당시와는 달리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몇몇 선수들의 세계랭킹이 상위권인데다가 4년간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은 것이 달라진 점이다. 막연하게 메달을 따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나 성적을 통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태릉선수촌 펜싱장에서 조희제(43)남자 에페 감독, 심재성(42) 여자 에페 코치, 김상훈(35)남여 플뢰레 코치, 이석(33)남여 사브르 코치 등 코칭스태프 4인방을 만나 유쾌한 수다를 떨었다. 특히 이들은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선수들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코칭스태프가 말하는 선수들의 장점을 이야기 형식으로 묶어봤다.

조 감독= 남자 에페의 정진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가 절정의 기량이다. 세계 랭킹 4위에 마크돼 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긴 공격에 능하고, 특히 발 찌르기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정진선은 아테네올림픽 당시 파트너 선수로 들어왔다가 4년만에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제일 고참인 김승구는 대표팀 주장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리더십이 좋고, 후배들을 잘 다독여준다. 월드컵 우승 경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발목부상을 치료 중이어서 대회 전까지 최상의 몸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김원진은 상대 선수들이 까다롭게 여기는 선수다. 다리와 손의 움직임이 좋고, 특히 의외의 플레이를 종종 하는데 이것이 상대의 허를 찌른다. 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 코치= 남자 사브르의 오은석부터 얘기하겠다. 2006도하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과 올해 부다페스트 그랑프리 단체전 금메달 등 국제 경험이 풍부하다. 경험과 함께 두뇌플레이가 좋고, 파워와 스피드도 뛰어나다.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충분히 메달이 가능하다. 여자 사브르의 이신미도 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06월드컵 개인전 우승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파워 면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한번 경기가 풀린다 싶으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풀린다. 다만 꼬일 때 쉽게 풀지 못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김금화는 실업에 와서 사브르로 전향해서인지 아직 기본기가 조금 약한 것이 있지만, 두뇌플레이에 능해 발전 속도가 빠르다.

김 코치= 여자 플뢰레 개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남현희는 키는 작지만 모든 것을 스피드로 커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지능도 뛰어나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들 정도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167cm의 정길옥은 일단 팔 길이가 길다. 이것이 큰 장점이다. 게다가 스피드도 좋다. 특히 엇박자, 즉 변칙 플레이에 능한 선수다. 상대 선수의 타이밍을 뺏는데 능수능란한 것이 장점이다. 남자 플뢰레의 최병철은 순발력과 스피드에서 탁월하다. 특히 이해력이 빨라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히 이해한다. 덧붙인다면 센스와 임기응변에 능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심 코치= 여자 에페의 유일한 출전 선수인 정효정은 세계 랭킹은 낮지만 기량은 랭킹과는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저평가주’라고 할 수 있다. 능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차분하게 게임을 풀어가는 스타일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능력에 비해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를 못 치고 올라왔다. 스스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들은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에 대해 무한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10여일 남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이렇게 얘기했다. “당일 대진표와 컨디션에 따라 순위는 언제든지 바뀐다. 남은 기간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보다는 완성도를 높이고 그것을 유지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신정택 KISS 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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