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인물은 전희철(35·그림)이었다. ‘에어’라는 별명 속에 10년 넘게 코트를 주름잡던 그는 여러 차례 커버스토리를 장식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니폼이 아닌 말쑥한 정장 차림이라 이색적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아쉽게 은퇴한 뒤 SK 2군 감독 겸 전력분석 코치를 맡고 있다.
선수에서 지도자로 변신한 전희철에게 모처럼 전화를 거니 목소리에는 의욕이 넘쳤다.
“선수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쉴 시간도 훨씬 많았고…. 아직 외출하면 팬들이 선수인 줄 아세요. 그래도 새롭게 뭔가를 배우고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보람이 커요. 가르치는 게 힘든 만큼 뿌듯할 때도 많고요.”
국내 최초로 2군 감독이란 직함을 얻은 전희철은 요즘 오전 9시까지 경기 용인시 구단 체육관에 출근해 코칭스태프 전력 회의, 웨이트트레이닝 지도, 전력 분석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야간에도 슈팅 훈련을 거든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얼마 전 아내가 경기 용인시 집 근처에서 개업한 베트남 쌀국수 집 일을 제대로 돕지 못해 미안할 때도 많다고.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2군 제도에 대해 나름대로 포부도 밝혔다.
“학창 시절 운동만 하던 후배들에게 현재 진학이나 취업의 문은 너무 좁아요. 농구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되고 프로들에게는 기량 발전이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무대로 만든다면 한국 농구의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청사진을 밝히긴 했어도 현재 2군 제도는 시행 원칙만 정해졌을 뿐 세부 계획은 결정된 게 없는 상황. 일단 KBL은 이달 말까지 각 구단의 2군 창단 신청을 받은 뒤 9월부터 시범리그를 구상하고 있다. KTF가 28일 2군 신설을 발표한 데 이어 SK, 삼성, 전자랜드 등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전희철의 바람대로 2군 제도가 한국 농구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선 KBL과 구단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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