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파기땐 법정공방 예상
“팀 이름에 ‘우리’도 쓰지 말라.”
프로야구 우리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인 우리담배가 최후통첩을 했다. 우리담배는 29일 ‘우리’ 표기를 중단해 줄 것을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4일 메인 스폰서 권리를 포기할 때 ‘명칭을 쓰든 안 쓰든 상관없다’고 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우리담배 관계자는 “후원금을 꼬박꼬박 내면서도 가입금 미납 파문 등으로 회사 이미지만 나빠졌다. 앞으로도 그런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우리담배가 당장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을 마치면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담배는 히어로즈가 성의 있는 대책을 내놓으면 후원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하루 빨리 새 스폰서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운영주체인 센테니얼인베스트먼트가 내세웠던 ‘네이밍 마케팅’이 사실상 실패로 결론 난 마당에 거액을 후원할 새 스폰서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우리담배가 애초 ‘3년에 3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기간을 못 채울 경우 위약금 등이 따르는 계약 파기 문제가 불거진다. 이에 대해 우리담배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구단에 귀책사유가 있고 이는 계약 파기 요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할 경우 히어로즈 역시 가만히 앉아 2년 치 후원금 200억 원을 포기할 리 없다.
프로야구 선수협회 법률지원단 성민섭(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변호사) 단장은 “계약서 내용에 귀책사유가 구체적으로 명기돼 있지 않다면 같은 사안을 놓고 양측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법정에 가서야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