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요미우리 이승엽(32)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미소는 밝았지만 눈매는 매서웠다.
그는 “올 시즌 생각대로 야구가 안돼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며 “나쁜 기억은 잊고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1군에 계속 있었다면 올림픽 출전을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기간 2군에 머물며 올림픽 출전을 결심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림픽에서 뛰고 싶었다.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후배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한국은 팀워크와 정신력에서 앞서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의 맞대결=내가 알고 있는 것을 팀원들에게 알려줄 생각이다. 야구는 9명이 함께하는 것인 만큼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적을 알고 싸우는 게 모르는 것보다 유리하다.
▽시드니와 베이징=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는 몸이 최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좋다. 어제까지 경기를 하고 왔고 컨디션도 최상이다.
▽승부치기=모든 조건은 똑같다. 누가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연장 11회에 주자 2명이 나간 상황이 온다면 타점을 올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2군 생활=1군에서 2군으로 떨어진 것은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2군에서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려 지금은 정상을 되찾았다. 3개월여 만에 1군에 복귀한 뒤 홈런을 치긴 했지만 긴장이 많이 돼 적응하기 어려웠다. 올림픽을 다녀온 후 새롭게 시작하겠다.
그러면서 이승엽은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며 “다시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뛰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날 이승엽은 대구로 내려가 아버지 이춘광 씨와 하루를 보낸 뒤 8월 1일 대표팀에 합류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이승엽은 1일 오전 개인훈련을 한 뒤 대표팀에 합류하기로 했다”며 “타격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프로다운 모습”이라고 전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