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베이징 올림픽 연락사무소 연락관(attache).
긴 이름의 직함을 가진 정홍용(사진) 박사의 목에 거는 신분증에는 ‘무한대(∞)’ 표시가 있다. 모든 경기장과 훈련장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공식 선수단 389명 중 ‘단장 1명과 부단장 3명’을 빼고는 정 박사만이 경기장과 선수촌, 올림픽공원 심지어 올림픽조직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호텔까지 모든 곳을 드나들 수 있는 출입증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 기간 중 ‘국민 심부름꾼’으로서 무한대의 의무와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수단장 의전 수행 등은 물론 경기장 안팎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챙겨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실제로 올림픽이 가까워 오면서 정 박사는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지경. 지난달 21일 선발대가 오고 1일 본진 54명이 오면서 밤낮없이 ‘무한대’로 뛰어다니고 있다.
인터뷰도 31일 오전 선수촌을 거쳐 공항을 가야 하는 빠듯한 일정을 쪼개 아침 베이징 연락사무소에서 겨우 이뤄졌다.
지금까지 업무상 올림픽과 관련해 베이징을 찾은 개인과 단체, 공공기관, 언론사 취재단 등 대부분이 정 박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환한 웃음에 소탈한 그의 성격이 뒷바라지를 싫어하기보다 보람으로 느끼게 했다.
그는 “요즘 중국이 테러 위험 때문에 온갖 안전검사를 강화하면서 올림픽 준비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선수촌에서 쓸 전화기가 부족해 한국에서 들여왔더니 극구 막다가 ‘공식 후원사인 삼성 제품이니까 허가한다’는 식. 선수들이 간단한 의약품을 반입하는 데도 몇 번씩 베이징올림픽조직위를 오가며 씨름을 하고 있다.
“한국이 목표하는 대로 2년 연속 10위권 목표를 달성하고 선수나 임원들 모두 무사히 경기를 마치고 돌아가면 최대의 보람이겠습니다.”
그는 1996년 중국에 유학해 체육 분야 명문인 베이징체육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2월 재중국 대한체육회 사무처장, 지난해 2월부터 올림픽 연락관을 맡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