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제조기’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며 얄미울 정도로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 명성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3000안타를 기록했다니 해마다 안타를 얼마나 쳤는지 찾아봤습니다.
열아홉 살 되던 1992년부터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그는 1, 2군을 들락거린 데뷔 원년과 이듬해를 뺀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100안타 이상(200안타 이상 8번 포함)을 쳤습니다. 대기록입니다.
찾아본 김에 국내 기록은 어떤지 봤습니다. 15년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100안타 이상을 친 선수가 딱 1명 보입니다.
이치로보다 1년 늦은 1993년 프로에 데뷔해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 이 선수는 이치로와 달리 데뷔 첫해부터 100안타 이상을 쳐 지난해까지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기록을 이어갈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 쳐도 3할은 친다는 이 선수는 올해 좀 부진합니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320으로 역대 2위인데 올 시즌 타율은 1일 현재 0.255밖에 안 됩니다. 안타는 100개에서 24개나 모자란 76개입니다.
이 선수가 소속된 팀은 올 시즌 27경기가 남았습니다. 매 경기 1안타씩은 쳐야 100안타를 겨우 넘깁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선수는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 막판 뒷심을 내고 있습니다. 기대해 봐도 괜찮을 듯한 분위기입니다. 본인도 이 기록만은 꼭 이어가고 싶어 합니다. 홈런이나 타율처럼 무슨 타이틀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 선수가 올해 기록을 이어가지 못하면 잘해야 5년 뒤에나 같은 기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뒤쫓아 오는 다른 선수가 10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 중이기 때문입니다.
몇 해 반짝하다 마는 그런 선수 말고 10년 넘어 20년, 그 이상 꾸준히 잘 치는 그런 타자가 국내 야구에도 있었으면 합니다.
뻔한 땅볼을 내야에 굴려 놓고도 죽기 살기로 뛰는 이 선수, 양준혁(삼성)의 16년 연속 100안타를 기대해 봅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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