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우리에겐 양준혁이 있다

  • 입력 2008년 8월 1일 03시 07분


2001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본인 선수 스즈키 이치로(35·시애틀)가 프로 통산 3000안타를 달성했습니다.

‘안타 제조기’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며 얄미울 정도로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 명성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3000안타를 기록했다니 해마다 안타를 얼마나 쳤는지 찾아봤습니다.

열아홉 살 되던 1992년부터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그는 1, 2군을 들락거린 데뷔 원년과 이듬해를 뺀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100안타 이상(200안타 이상 8번 포함)을 쳤습니다. 대기록입니다.

찾아본 김에 국내 기록은 어떤지 봤습니다. 15년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100안타 이상을 친 선수가 딱 1명 보입니다.

이치로보다 1년 늦은 1993년 프로에 데뷔해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 이 선수는 이치로와 달리 데뷔 첫해부터 100안타 이상을 쳐 지난해까지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기록을 이어갈지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 쳐도 3할은 친다는 이 선수는 올해 좀 부진합니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320으로 역대 2위인데 올 시즌 타율은 1일 현재 0.255밖에 안 됩니다. 안타는 100개에서 24개나 모자란 76개입니다.

이 선수가 소속된 팀은 올 시즌 27경기가 남았습니다. 매 경기 1안타씩은 쳐야 100안타를 겨우 넘깁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선수는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 막판 뒷심을 내고 있습니다. 기대해 봐도 괜찮을 듯한 분위기입니다. 본인도 이 기록만은 꼭 이어가고 싶어 합니다. 홈런이나 타율처럼 무슨 타이틀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 선수가 올해 기록을 이어가지 못하면 잘해야 5년 뒤에나 같은 기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뒤쫓아 오는 다른 선수가 10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 중이기 때문입니다.

몇 해 반짝하다 마는 그런 선수 말고 10년 넘어 20년, 그 이상 꾸준히 잘 치는 그런 타자가 국내 야구에도 있었으면 합니다.

뻔한 땅볼을 내야에 굴려 놓고도 죽기 살기로 뛰는 이 선수, 양준혁(삼성)의 16년 연속 100안타를 기대해 봅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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