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수비 조직력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바로 수비 조직력이다. 박 감독도 지난 2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누차 수비 조직력을 강조 해왔다. 수비간의 의사소통이나 커버 플레이, 간격 유지 등을 주문하며 조직력을 키워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플레이에서 가장 불안했던 것이 수비 조직력이었다. 한국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스루패스를 멍하니 보고 있다가 놓치거나, 측면으로 흐르는 공간 패스엔 속수무책이었다. 좌우 윙백의 판단 미스나 좁은 시야, 그리고 수비수와 미드필더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측면이 뚫릴 때마다 상대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허용,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은 분명히 되새겨야할 대목이다.
○왜 이러나, 김진규
막중한 책임을 진 ‘주장’ 김진규의 행동도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전반 19분경 상대 역습 때 김진규가 볼을 향한 스타트가 늦은데다 스스로 오프사이드 반칙이라며 손을 든 행동을 놓고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마지막까지 볼을 쫓아가야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김진규는 손을 든 채 느릿느릿 호주 공격수를 뒤쫓아가다가 결국엔 골키퍼와의 단독 찬스를 허용했다. 다행히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동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판단미스였다. 올림픽 본선에서 이런 행동이나 판단이 나온다면 한국의 승률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해진다.
○박주영의 컨디션은 최고…그러나
사실 이날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인 태극전사는 공격수 박주영이었다. 볼을 잡는 순간 거침없이 내달리는 측면 돌파나 동료를 이용한 2대1 패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 등 누가 봐도 박주영의 플레이는 ‘A’등급이었다.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도 칭찬받을 만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이날도 진전된 골결정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심리적인 불안감 또는 문전에서의 자신감 결여 등으로 해설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반 초반 아크 부근에서 단독 드리블 후 과감한 오른발 슛을 날린 장면을 보면서 슛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후에는 주로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머물렀다. 특히, 후반 13분에는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연결된 완벽한 골찬스를 잡고도 크로스바를 넘기는 슛을 날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심리적인 위축감을 하루빨리 벗어버리고, 가장 좋았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올림픽 본선까지는 1주일이나 남았다.
상암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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