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비공개로 진행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의 일부 장면을 방영한 것과 관련, 중국 정부가 불쾌감을 표시하고 중국 누리꾼들도 발끈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SBS는 29일 저녁 '8시뉴스'에서 "SBS 취재팀이 개막식 리허설 장면 단독 촬영에 성공했다"면서 약 2분여간 매스게임 장면과 레이저 동영상 등의 모습이 담긴 리허설 장면을 방영했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 측은 특급보안사항인 개막식 참가자들에게 행사의 세부 사항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비밀리에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일 열리는 개막식 행사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장이모우가 연출을 맡았다.
SBS가 방영한 화면이 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중국과 호주의 인터넷을 타고 번져나가자 중국 정부는 잇따라 유감을 표시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BOC)의 쑨웨이더 대변인은 31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방송사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영상 일부를 방영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우리는 그날 리허설에 어떤 언론도 초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직접적 비난은 피했지만 "개막식 행사를 보려고 너무 조급해 하지 말아 달라. 우리는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면서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BOC 측은 SBS에도 취재 협약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논란이 커지자 31일 오전 해당 뉴스의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했다.
SBS측은 "비보도 조건은 최종 공식 리허설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해 취재했으며 촬영을 제지받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올림픽 붐 조성을 위해 보도를 했는데 논란이 커져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1일에도 중국 언론과 누리꾼들의 SBS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홍콩 언론들은 SBS의 보도에 대해 "한국 방송사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비밀유지 약속을 깼다"며 비난하고 있다. 중국 언론사들은 SBS 뿐 아니라 지상파 3사 중계권 협약 조직인 '코리아 풀'에 소속된 KBS와 MBC에도 항의를 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 모닝 포스트의 한 기자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결혼식 전에 자신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신부가 어디 있겠느냐"며 "중국 정부와 현지 기자들이 SBS 보도에 대해 매우 불쾌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누리꾼들도 SBS가 개막식 영상을 미리 공개해 중국의 공안 관련 법규를 어겼다며 비난했다.
중국 포털 사이트 '신랑왕(新浪網)'을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SBS의 베이징 올림픽 취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한국을 개막식에서 쫓아내자" "한국 선수단 입장 때 박수를 치지 말고 침묵으로 맞이하자"는 등 비난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