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베이징 올림픽 출전 규모는 사상 최대다. 유도 역도 레슬링 체조 복싱 탁구 사격 마라톤 양궁 다이빙 여자축구 수중체조 등 12개 종목에 선수 63명, 임원 71명 등 134명에 이른다. ‘형제의 나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북한은 올림픽에 30∼50명 수준의 선수단을 파견해 왔다.
북한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에서 계순희가 금메달을 딴 이후 노 골드 신세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계순희를 비롯해 복싱의 김성국, 여자축구 등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등 메달 10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 북한 체육의 현실을 소개한다.
○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
북한은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대표팀의 훈련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4·25체육단이 쿤밍 전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성문정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중국을 옆집 이웃처럼 편안하게 생각한다”며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게 돼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체육위원회 관계자들은 전국을 돌며 체육 유망주를 스카우트한다. 이때 부모와의 면담이 이뤄지는데 체육선수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국가대표 선수는 일반인에 비해 쌀 등을 1.5배로 받고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면 승용차와 아파트가 제공되는 등 국민영웅이 되기 때문이다.
○ 체육인재=혁명인재
북한의 체육은 공산주의를 주민에게 주입하는 수단이다. 체육교육을 통해 노동생산성 증가와 국방력 강화, 혁명인재 양성을 강조한다.
북한은 소학교(초등학교) 때부터 체육인재를 육성한다. 체육소조는 소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정규수업을 끝내고 매일 2∼3시간 축구 탁구 체조 등의 훈련을 의무화하고 있다.
과외체육학교는 시군구에 있는 체육회관을 이용해 학생들의 과외 체육활동을 유도한다. 1990년대 북한 탁구 스타 이근상과 김성희, 아테네 올림픽 복싱 은메달리스트 김성국이 이곳 출신. 이 밖에 국가대표와 체육교원을 양성하는 고등체육전문학교와 각 도에 1개씩 체육대를 만들어 엘리트 체육을 강화하고 있다.
성 연구원은 “남북 체육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의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북한의 국제태권도협회(ITF)의 통합, 남북 공동훈련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