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태극기가 날 움직였다”

  • 입력 2008년 8월 4일 08시 08분


“이것 때문에 왔죠.”

그의 손끝은 유니폼에 붙어있는 태극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문학에서 올스타전 식전 행사가 한창 뜨겁게 펼쳐지던 3일 오후 4시30분. 잠실구장에서는 올스타전에 참가하지 않는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이 진행됐다. 요미우리 이승엽(1루), 두산 김동주(3루), 삼성 박진만(유격수), 두산 고영민(2루) 등 대표팀 주전 내야수 네명이 포함된 모두 10명이었다. 스트레칭과 가벼운 캐치볼 뒤 이어진 프리배팅에서 이승엽과 김동주는 경쟁하듯 외야 최상단 스탠드에 볼을 꽂으며 주변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승엽은 훈련 뒤 “어렸을 때부터 꿈은 국가대표였다”면서 “이것 때문에 왔다”며 태극기를 가리켰다. “어느 덧 내가 대표팀에서 네 번째 고참이 됐다. 예전보다 여유는 늘었지만 부담감은 훨씬 더 커졌다”면서 “그동안 (대표팀으로서) 좋은 추억도, 아쉬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생각만하고 있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메달 가능성에 대해 “사실 만만치 않다고 봐야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인 그는 “단기전이라 다들 정신차리고 한 게임 한 게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후배들이 머리에 볼을 맞고서라도 나가겠다고 하더라. 다들 절박한 심정이라 내가 선배 입장에서 뭐라 따로 해줄 말이 없을 정도다. 팀 분위기는 한국이 제일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컨디션에 대해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전한 그는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그를 4번 타순에 배치하기로 한 것에 대해 “내 성적으로 4번을 쳐서 되겠느냐. 게임에 나가는 것만해도 다행”이라고 겸손해한 뒤 “4번이든 3번, 5번이든 타순은 뭐든지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참 좋다”고 덧붙인 그는 올림픽이 열릴 베이징 날씨가 섭씨 40도에 육박하고 습하다는 말에 “중국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요미우리) 2군에 있을 때 땡볕에서 1시 게임도 해 봤다”고 웃으면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자신감도 덧붙였다. 연습 시작전 잠실구장 두산 라커룸에서 절친한 친구인 홍성흔과 재회,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던 이승엽은 훈련이 끝날 즈음 자신을 찾아온 방송인 김제동씨와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잠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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