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도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이 중국의 왕하오를 제압하는 장면과 관중의 함성을 잊을 수가 없다. 두 선수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드라이브로 맞서는 장면에서, 유승민의 포핸드 드라이브가 득점으로 연결되는 통쾌함은 지금도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두 선수의 맞 드라이브는 팽팽한 힘과 속도의 대결이며, 여기서 순간적으로 밀리는 선수는 상대 선수가 구사하는 공의 회전을 제압할 수 없게 되고 방어적인 수세에 빠지게 된다.
왕하오가 구사하는 이면타법의 백핸드 드라이브는 사이드 스핀(side spin)이 주 회전이고, 일반적인 드라이브는 톱스핀(top spin)의 구질이다. 두 선수가 구사하는 드라이브 코스는 대부분 일정한 방향으로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선수가 좌우로 공격 코스를 자유롭게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을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탁구공은 크기와 무게가 아주 작지만,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회전이 되는 공의 운동량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그래서 선수들은 “공의 구질이 무겁다”라는 말을 한다.
‘파워가 있는 공’이란 체중을 실은 빠른 속도와 큰 회전량을 구사하는 타구의 구질을 말한다. 이와 같은 파워의 구질을 제압하려면, 상대가 구사한 공의 파워 이상으로 타구해야한다. 더욱이 일정한 방향으로 회전되는 공의 코스를 변화시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탁구의 임팩트는 가장 어렵고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임팩트의 필수적인 요인은 체중을 이용하는 힘, 임팩트 순간의 속도 그리고 공과 라버의 마찰력이다. 최대의 마찰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공이 라버에 임팩트 되는 순간 접촉 면적을 크게 해야 한다. 또한 체중을 실은 힘이 순간적으로 공에 전달되는 임팩트는 필수적인 기술이다. 선수들은 이러한 기술을 “묻힌다” “두텁게 친다” “감아 친다”라고 표현한다. “공을 라버에 묻힌다”라는 의미는 임팩트의 종합적인 고 난이도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공을 묻히는 기술은 위력적인 공의 회전과 타이밍을 결정하는 기술이며, 상대의 구질을 제압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탁구는 우리 관중들의 관심을 끄는 종목이다. 유승민의 타법이나 왕하오의 타법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누구의 드라이브가 더 힘이 실리는 지, 어느 선수가 공을 라버에 묻혀서 치는 지 한번쯤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포인트가 될 듯 하다.
이순호 KISS 책임 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관련기사]단체전 승부 가를 ‘출전 순서’ 결정, 벤치 머리싸움도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