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신지애(20·하이마트)는 “바짝 독이 올랐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최근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동료인 지은희(22·휠라코리아) 박인비(20·SK텔레콤) 오지영(20·에머슨퍼시픽) 등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잇달아 우승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었다.
신지애는 국내의 강자로만 머물 수 없다는 듯 “이제 나도 큰물에서 뭔가를 보여 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상반기에 전 세계를 돌며 대회에 나서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 그는 지난달 피로 누적으로 왼손에 3주 가까이 반 깁스를 할 만큼 컨디션은 나빴으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이처럼 신지애를 비롯한 20세 전후의 ‘박세리 키드’들은 동료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실력을 키워가며 한국 여자골프의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있다.
올 US여자오픈 최연소 챔피언 박인비는 “우리 또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서로에게 자신감을 주고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오지영은 “주니어 때부터 안 지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세리 키드’의 효과는 한국을 넘어 같은 아시아권의 일본과 대만 골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슷한 신체조건을 지닌 한국 선수들의 성공 사례가 이 지역 유망주에게도 자극이 된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아시아 돌풍이 거셌다. 신지애와 대만 대표 출신 청야니(2위)를 비롯해 3∼5위를 지은희, 후도 유리,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차지했다. 톱20 이내 선수 가운데 13명이 아시아 출신 골퍼였다.
더 타임스, 가디언 등 영국의 주요 일간지들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 이유로 성실한 태도와 엄청난 훈련 양, 자식을 향한 부모들의 열정 등을 꼽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