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국내지존’서 월드스타로…LPGA·KLPGA·JLPGA 동시제패 1호

  • 입력 2008년 8월 5일 09시 04분


국내여자골프의‘지존’신지애(20·하이마트)가 메이저대회 제패로 세계 정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신지애는 4일(한국시간) 영국 버크셔의 서닝데일골프장(파72·6408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뽑아내는 깔끔한 플레이로 6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LPGA투어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신지애는 이번 우승으로 한 시즌에 KLPGA, LPGA, JLPGA를 동시에 제패한 최초의 선수가 됐고 브리티시오픈 역사상 최연소 우승(20세 3개월 6일)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박세리(31)의 23세 10개월 8일이었다.

신지애의 앞을 가로 막을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3라운드까지 신지애에 1타차 앞선 베테랑 후도 유리(32·14언더파 274타)도 추격전을 펼치며 쫓아온 대만의 신예 쳉 야니(19·15언더파 273타)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파이널 퀸’이라는 별명처럼 마지막 라운드에서 신지애는 진가를 발휘했다.‘미니 한일전’인 후도 유리와의 맞대결은 의외로 쉽게 갈렸다.

3월 홈에서 열린 요코하마-PRGR레이디스컵에서 맞붙어 신지애에게 패배의 쓴맛을 봤던 후도 유리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일본통산 44승에 6년 연속 상금왕에 오른 후도 유리지만 신지애의 기세에 기가 꺾여서인지 날카로움이 예전만 못했다.

1번홀(파5)을 똑같이 버디로 비기며 접전이 예고됐지만 5번홀(파4)에서 신지애의 6m짜리 버디 한방으로 승부가 기울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후도 유리는 가장 쉬운 9번홀(파4)에서 벙커에 두 번이나 빠지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면서 자멸했다.

전반에서 2타차 선두로 역전에 성공한 신지애는 후반 들어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우승은 신지애의 몫이었다.

10번홀(파5) 버디에 이어 13번(파3)와 14번홀(파4) 연속 버디로 3타차까지 벌리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특히 13번홀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타가 됐다. 182야드 파3홀로 파로 지키기만 해도 만족스런 홀이었다.

티샷이 길어 핀에서 13m나 떨어진 곳에 볼이 떨어졌다. 후도 유리는 2m거리였다. 내리막 경사로 파를 지키기도 만만치 않았지만 퍼터로 굴린 볼은 홀 쪽으로 다가오더니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버디로 연결됐다.

순간 오른 주먹을 불끈 쥔 신지애는 우승을 확신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후도 유리는 여기서 버디 퍼트마저 놓치며 수렁으로 빠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한 신지애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 여자골프의 지존경쟁에 뛰어들었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제치고 ‘여제’로 군림하고 있지만 신지애는 오초아에게 두려운 존재다. 오초아는 “난 최선을 다했다. 위대한 승리를 거둔 신지애가 경탄스럽다”고 말해 두려운 존재임을 인정했다.

한때 신지애를 1타차까지 쫓으며 우승까지 넘봤던 지은희(22·휠라코리아)는 5타를 줄인 끝에 후도 유리와 함께 공동3위(14언더파 274타)에 올랐다. 한희원(30·휠라코리아)과 김인경(20·하나금융)이 공동9위(10언더파 278타)를 차지했다. 작년 우승자 오초아는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7위에 그쳤고, 소렌스탐은 4타를 줄였지만 공동 24위(6언더파 282타)에 머물렀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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