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사랑하는 후배들아! 멋지게 싸워라”

  • 입력 2008년 8월 6일 02시 59분


《박태환(수영), 장미란(역도), 양태영(체조), 남현희(펜싱)…. 태극 전사들이 결전의 날을 준비하기 위해 속속 베이징 땅을 밟고 있다. 중국 당국의 각별한 노력 속에 최근 베이징의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맑다. 그간 흘린 구슬땀의 결실을 맺을 더없이 좋은 날씨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꿈꾸는 후배 선수들에게 선배 스타 선수들이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 태권도 문대성(2004년 아테네 금메달)=후배들에게 경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넓고 편하게 가지고 긴장을 완화한 뒤 경기에 임해야 합니다. 가족뿐만이 아니라 4800만 국민이 응원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명심했으면 합니다. 4년, 8년, 아니 그 이상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최고로 얻고 싶었던 금메달이 눈앞에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금메달의 기회를 잡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경기 전에는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장점 한두 개를 마음속에 새기고 그 장점을 살려 경기를 풀어 가면 좋겠습니다.

○ 유도 하형주(1984년 로스앤젤레스 금메달)=지금 시기는 총정리 단계입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기량을 흩뜨리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음식과 물, 환경 요인 등도 면밀히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훈련량과 기량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유도는 심리전이 치열한 경기입니다. 대진표가 나오면 상대를 생각하며 ‘한판으로 이기겠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자기 혼자 있는 시간을 갖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농구 박찬숙(1984년 로스앤젤레스 은메달)=사실 후배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가슴이 떨려서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조마조마합니다. 대표 선수들도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주위의 기대에 부담스러울 때입니다. 저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꼴찌만 하지 말자’고 맹세했는데 경기를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정)선민이가 주장과 주득점원으로 부담이 많을 텐데 노련한 선수이니 잘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무엇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전원이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할 것 같습니다. 후배들이 좋은 결과를 내서 다시 한 번 여자 농구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레슬링 심권호(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금메달)=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간단합니다. 멋지게 그리고 후회 없이 싸워라. 2연패를 노리는 (정)지현이는 더 자신감을 가지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올림픽에서 금을 캐고 다시 세계선수권도 제패했으면 합니다. 금메달 획득뿐 아니라 기술에서도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최고가 됐으면 합니다.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감은 안 됩니다.

○ 수영 조오련(1970년, 1974년 아시아경기 2관왕 2연패)=저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던 올림픽 무대에 후배들이 당당히 도전하고 메달 전망 또한 밝아 감개가 무량합니다. 연습 때 너무 무리하지 말고, 경기하는 날 긴장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많은 성원을 보내는 국민이 뒤에 있다는 것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제가 힘들게 운동했던 수영이 인기 종목으로 변한 것 자체가 큰 행복이고 영광입니다.

○ 야구 구대성(2000년 시드니 동메달)=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프로 선수로 뛰다 올림픽에 출전하면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게 됩니다. 저희가 동메달을 딴 것처럼 후배들도 좋은 결과를 이뤄 성원하는 국민에게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탁구 김택수(1992년 바르셀로나 동메달)=올림픽은 선수 본인에게는 큰 영광의 자리지만 한편 부담감도 심한 게 사실입니다. 그간 많은 땀을 흘린 만큼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경기 자체를 즐겼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탁구 강국이고 인기 또한 높습니다. 중국 관중이 많이 와서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도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경기를 한다 생각하고 편하게 밀어붙이세요. 비록 현장에는 못 가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선배가 열심히 응원할 것입니다.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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