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2회 연속 올림픽 톱10을 노리는 한국 선수단은 개회식 이튿날인 9일부터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나선다. 금메달 10개 이상으로 종합 10위 이내 입상을 노리는 만큼 가급적 빨리 첫 금메달을 따내야 순조로운 메달 레이스가 가능하다. 특히 상당 종목에서 홈팀 중국과 메달 획득 전략이 겹치는 한국으로선 확실하게 금 물꼬를 터주며 선수단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금메달 리더’가 대회 초반 등장해야 한다.
○첫 금은 양보 못해!-사격&유도(9일)
전통적으로 유도와 사격은 올림픽 초반부터 차근차근 세부종목의 우승자를 가려왔다. 한국이 사격과 유도에서 강세를 보여온 까닭에 역대 올림픽에서도 이 두 종목이 앞다퉈 첫 금메달의 낭보를 전하곤 했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의 여갑순과 2004아테네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의 이원희가 그랬다.
베이징에서도 마찬가지가 될 듯하다. 9일 오전에는 여자 10m 공기소총의 김찬미(19·기업은행)와 김여울(21·화성시청)이 금 표적을 겨냥하고, 오후에는 유도 남자 60kg급에서 2003년 세계선수권 우승자 최민호(28·한국마사회)가 금빛 한판승을 다짐하고 있다.
김찬미와 김여울은 지난달 전북 임실에서 진행된 사격대표팀의 전지훈련 도중 각각 본선 399점, 결선 103.3점, 합계 502.3점과 본선 396점, 결선 102.점, 합계 498.7점을 쏴 역대 올림픽 금메달 기록을 넘어서거나 버금가는 호성적을 거뒀다. 심리적 안정만 유지할 수 있다면 세계랭킹 1위 두리(중국)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 후보들이다.
최민호도 체급 최강자 히라오카 히로아키(일본), 올해 유럽선수권자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와 힘겨운 3파전을 예고하고 있지만 4년 전 아테네에서 갑작스런 근육 경련으로 인해 동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씻고자 하는 의지가 워낙 강해 선전이 기대된다.
●‘마린보이’가 ‘골든 보이’?-수영 박태환(10일)
유도와 사격에서 첫 금에 실패하면 10일 오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을 치를 박태환(19·단국대)에게 더욱 시선이 쏠릴 수 있다. 8관왕을 노리는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400m 출전을 포기한 만큼 박태환으로선 라이벌 그랜트 해켓(호주), 라센 젠슨(미국) 등과의 경쟁에서 큰 짐 하나를 던 형편이다. 시즌 랭킹에서는 해켓이 3분43초15로 1위, 젠슨이 3분43초53으로 2위, 박태환이 3분43초59로 3위다. 박태환이 특유의 막판 뒷심을 발휘하면 승산은 충분하다.
●든든한 ‘마지노선’도 있다!-양궁 여자단체(10일)
사격, 유도와 수영마저 삐끗할 경우에는 10일 오후 6시25분 결승전을 벌이는 양궁 여자단체전을 기다리면 된다. 1984 LA올림픽부터 철옹성을 구축해온 여자 양궁은 한국의 확실한 금메달 종목이다.
아테네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제패를 꿈꾸는 박성현(25·전북도청)을 필두로 윤옥희(23·예천군청), 주현정(26·현대모비스)이 포진한 양궁여자대표팀은 누가 뭐래도 세계 최강이다.
정재우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