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에 7명의 조촐한 선수단을 파견한 남미 국가 파라과이에 한 여성 선수가 유독 눈길을 끈다.
플로렌시아 체루티(25)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릴 여자 요트 종목에 출전한다.
일단 출전에 의미를 두고 있지만 체루티의 목표는 당차다.
일찌감치 현지에 도착해 적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그는 “내가 올림픽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행복하지만 이왕 온 것, 메달을 따고 싶다. 만약, 그렇게 되면 파라과이 요트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라고 부푼 희망을 드러냈다.
파라과이는 23명을 파견한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유일한 메달을 땄다. 한국을 8강에서 꺾었던 축구 종목에서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충분히 기뻤다. 체루티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있을 터. “국민에게 희망을 안기는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뱃사람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7세부터 바다와 함께 생활한 그는 이번 대회에 나서기 위해 5000유로(810만원)의 자비를 들여 중고 요트를 구입했다. 파라과이 체육회는 그에게 항공권과 체류비만을 지원했을 뿐이다. 전담 코치는 당연히 없다. 요트가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체루티는 실망하지 않는다. “대회가 끝난 뒤 고국에 돌아가도 대다수 사람들은 내가 베이징에 다녀왔다는 걸 모를 것”이라고 인정한 그는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역사의 현장에 서봤다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고 했다.
올림픽이 끝나도 요트와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체루티. 결과는 상관없다. “물 위에 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편안함과 자유를 느낀다”는 그의 미소가 당차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