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무대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한국 남자배구의 차세대 ‘거포’ 문성민(22·경기대·사진)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문성민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는 에이전트는 5일 “지난달 말, 독일 분데스리가 1부 프리드리히 샤펜과 가계약했다”며 “샤펜은 7월30일까지 확답을 원했지만 추이를 가늠하기 어려워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해 사인했는데, 언제든 파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에 따르면 그리스, 터키, 폴란드, 러시아 등이 관심을 보인 가운데 샤펜이 2008 베이징올림픽 세계 예선이 한창이던 6월 중순 유일하게 문서화된 제안서를 넣었고, 여기엔 2008-200 9시즌부터 두 시즌간 1억5000만원의 연봉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대해 소속팀인 경기대는 문성민의 해외 진출을 찬성한다는 입장.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학 4학년 1학기를 마친 문성민이 올해 말, 신인 드래프트에 빠지기 위해선 휴학계를 내야하나 특기생은 학칙상 부상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휴학이 어렵다.
또 프로에 진출할 때 보장되는 지원금을 학교측이 받을 수 없다. 드래프트 1순위로 한국전력 입단이 유력한 문성민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연봉은 1억원. 문성민이 독일로 나갈 경우, 경기대는 1억5000만원의 지원금을 허공에 날리게 된다.
한 배구인은 “학칙은 경기대 고유 권한이지만 지원금까지 포기할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적료로 불리는 대한배구협회에 지불할 협회비도 걸림돌이다. 미국과 브라질은 연봉의 10%를 요구하고, 유럽은 5%선에서 해결된다. 그러나 전례가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협회 관계자는 “사례가 없다. 문성민과 구두상의 논의조차 나누지 못했다”고 불쾌해했다. 그는 “휴학생 신분으로 해외로 나가면 막을 도리가 없지만 배구계 정서를 전혀 고려치 않은 처사”라고 덧붙였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큰 모험이다. 4학년 때 휴학하고 해외로 나가면 ‘도피성’으로 비쳐진다. 또 졸업한 뒤 외국에 나가면 5년간 국내에서 뛸 수 없다. 막 프로화를 선언한 한전이 쉽게 대어를 풀어줄지도 의문”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