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영계는 요즘 수영복 업체 스피도가 내놓은 최첨단 전신 수영복 ‘레이저 레이서’(사진)로 들끓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호주 스포츠연구소가 힘을 합쳐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이 수영복은 소재부터 심상치 않다. 근육에는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면서도 물은 잘 스며들지 않게 했다. 초음파를 사용해 봉합선을 거의 없는 듯 만들었고 물의 저항을 가장 적게 받도록 몸의 구조를 최적화한다.
2월 탄생한 이후 이 수영복은 무려 48개의 세계신기록 작성을 도왔다. 베이징 올림픽 8관왕을 노리는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물에 뛰어 들어가는 순간 나 자신이 로켓이 된 듯했다”고 표현했다.
다른 회사 수영복을 입었던 선수들은 스폰서 계약을 깨고 스피도로 달려갔고 선수로부터 ‘차인’ 회사들은 법정으로 달려갔다. 과연 아마추어들이 이 옷을 입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 명의 아마추어 수영 마니아가 시제품을 테스트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음식 관련 글을 쓰는 여성 작가 세라 디커먼과 BBC 스포츠 기자인 톰 포다이스다.
▽디커먼=“잠수용 고무 옷보다 입는 게 더 힘들다. 바닷가재가 허물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에 비할까. 코르셋도 이렇게 꽉 끼는 코르셋이 없다. ‘지옥에서 온 거들’이다. 몸의 굴곡이 다 펴져 물의 저항은 확실히 덜 받을 것 같다. 물속에서 자세가 향상됐다. 보통 하체 쪽이 가라앉아 고생이었는데 이 수영복을 입으니 하체가 가라앉는 게 덜하다. 팔을 젓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역시 나 같은 아마추어에겐 획기적인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제2의 스킨’이라고 하지만 물을 직접 느끼는 좋은 느낌은 피부에 비할 수 없다.”
▽포다이스=“베이징의 한 수영장에서 시험했다. 너무 꽉 끼어 탈의실에서 몇 번이고 쿵쿵 뛰며 입어야 했다. 수영장에 있던 중국 여성들은 내 모습에 겁먹고 멀찌감치 피했다.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저거 여자 수영복 아냐. 저런 옷 입은 사람은 처음 보는데.’ ‘남자라면 내 것처럼 짧은 팬츠를 입어야지. 쯧쯧.’ 내가 수영장을 떠날 때 모든 사람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