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vs 서방언론 ‘매스컴 적벽대전’

  • 입력 2008년 8월 8일 08시 16분


미국 제치고 세계 패권 노리는 중국

“전쟁은 파괴의 스포츠지만 올림픽은 건설의 전쟁”이라고 했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고 손기정이 남긴 말이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했던 스포츠 스타가 바라본 전쟁과 스포츠에 대한 성찰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표현이다.

‘중화사상’을 앞세워 21세기 전 세계의 리더로 올라서려는 중국과 20세기 패권국가였던 미국, 그 이전에 지구를 지배했던 영국 등 서방세계는 이번 올림픽에서 또 다른 전쟁을 시작했다. 바로 매스컴을 통한 대리전쟁이다. 전 세계에 흠 없는 나라는 없다지만 서구의 시선으로 본 중국은 불만과 모순이 많은 모양이다.

이를 언론을 통해 쏟아내고 있다. 당연히 중국도 반박하고 있다. 예전 서방 언론의 힘에 입을 다물던 중국이 아니다. 누구는 이를 가리켜 ‘제2의 적벽대전’이라고 했다. 중국과 서방언론이 벌이는 ‘말(言)전쟁’은 평화의 올림픽 기간동안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6일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9가지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다”며 반박성 기사를 실어 눈길을 모은다.

해외 매스컴의 보도와 소문에 대한 잘못을 조목조목 들었다.

인민일보는 “베이징에는 거대한 간첩망이 구축돼 있어 어디를 가든 추적당한다”는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보도에 대해 “영국 시 중심에 가면 평균 300차례 CCTV에 노출된다. 베이징 올림픽 보안을 문제 삼기 전에 자기 나라를 되돌아보라”고 반박했다.

홍콩의 한 언론은 “베이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집 밀집지역 산리툰에서 외국인을 차별 출입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류젠차오 대변인은 “완전히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부인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베이징의 지독한 공해”기사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수치를 근거로 얘기하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올림픽 기간 반 이상의 승용차 운행을 제한 한다는데 베이징올릭픽 하면 제한이라는 글자가 먼저 떠오른다”는 기사에 대해서는 “애틀랜타 올림픽 때도 예외가 아니었고 앞으로 치를 런던 올림픽 때는 모든 개인 승용차를 제한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동인구를 제한한다”는 영국 BBC방송 보도에 대해서는 “수백 만명에 달하는 유동인구를 제한할 경우 베이징이 어떻게 돌아가느냐”고 반박했고, 지난해 말 미국 천주교신문사가 보도한 “성경 휴대 제한”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중국 병원이 흥분제 처방을 한다”는 독일의 한 방송사 보도에 대해서는 “중국의 어떤 병원도 그런 약품 처리를 승인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난민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이 북한과의 국경을 차단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자국 선수들을 위해 비밀리에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대해서는 “올림픽 돼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중국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방 언론에 대해 중국도 자국 언론을 통해 반박하고 나섰다. 매스컴 전쟁은 올림픽 경기 못지않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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