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6일 우승후보 쿠바를 15-3으로 대파하면서 사기가 크게 올랐다. 그러다보니 국내에서는 금메달 도전도 불가능은 아니라는 평가까지 쏟아지고 있다.
쿠바 안토니오 파체코 감독은 6일 한국에 참패를 당한 뒤 “한국팀 실력이 좋은 것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올림픽에서 한국이 메달을 딸 수 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고 평가했고, 미국의 봅 왓슨 단장 역시 7일 베이징에서 “2년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4강에 오르는 등 충분한 실력을 보여줬다”며 역시 한국의 전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는 반드시 객관적 전력과 실력대로만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숱한 국제대회에서 경험했듯 오히려 외부환경에 더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2000시드니올림픽 본선 미국전이나 2004아테네올림픽 지역예선 대만전 등에서 볼 판정과 아웃 판정 하나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편파판정으로 인해 한국은 피해를 봤다.
그러나 한국야구는 대외적인 행정이나 외교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배제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올림픽에 심판 한명 배정받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야구 힘과 존재감이 국제무대에서 추락했다는 뜻이다. 외교력 부재와 함께 올림픽 예선 일본전에서 ‘위장오더’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에 대한 불이익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야구는 현재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아마추어 야구를 관할하는 대한야구협회(KBA)로 이분화돼 있지만 사실상 KBO가 KBA를 흡수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 등 아마추어 대회는 대한야구협회가 공식채널이지만 프로선수 위주로 참가하다보니 KBO가 행정에서부터 뒷바라지까지 모든 일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야구연맹(IBAF)은 KBO를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
베이징 현지에서의 훈련시간도 경쟁국에 비해 한국은 불리한 시간을 배정받았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훈련도 경기가 열리는 같은 시간으로 배려를 받았다. 일본은 또한 예선 7경기 중 6경기를 야간경기로 치른다. 한국은 경기시간과 동일한 훈련시간이 아니며 오전 11시30분에 치러야할 경기가 무려 4차례다.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대표팀의 실력보다는 외부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대표팀이 올림픽에서 또 하나 이겨내야할 찜찜한 부분이다.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