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녹여 화합으로… 베이징 ‘위대한 부흥’ 꿈꾸다

“노 저어 세계로”
8일 베이징 국가체육장(일명 냐오차오·鳥巢·새 둥지란 뜻)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행사에서 출연자들이 대형 노를 이용해 고대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를 형상화하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2008년 8월 8일 베이징(北京). 이날 베이징에는 환호와 정적이 공존했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하루가 지나갔지만 어딘가에서 테러가 꿈틀대는 긴장감이 계속됐다. 이날 중국의 모습을 보면서 전 세계는 새삼 탄식과 경탄을 자아냈다.》

【1】 환호와 정적

성화가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에서 점화됐을 때 올림픽의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8일 성화가 지나간 베이징의 중심가 창안제(長安街)는 오성홍기를 손에 든 많은 시민으로 넘쳐났다. 퓨 리서치가 24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베이징 올림픽에 거는 기대와 행복감은 상상 이상이다. 10명 중 9명은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의 국제 이미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런 일반인의 환호와 달리 현재 중국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이 체제에 비판적인 지식인의 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인터넷상의 비판적인 사이트 등에 대해서는 접속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평화와 테러

중국 당국은 올림픽 안전을 위해 베이징에만 10만 명의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100만 명의 ‘테러 방지 자원봉사자’를 투입했다. 이날 올림픽 경기가 분산 개최되는 도시뿐 아니라 전국을 반테러 전선으로 삼아 물샐틈없는 대비로 아슬아슬한 ‘평화’를 지켰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 하루 전인 7일 동(東)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이 “홍콩을 타깃으로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슬람인들은 올림픽 행사장이나 중국인들 근처에 가지 말라”고 위협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3】중국과 세계

이날 개막식은 전 세계 약 40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본 것으로 중국은 추산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부상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 지구촌이 중국을 이렇게 지켜본 것은 처음이다. 이런 세계의 눈앞에 중국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3억 인구의 중국 내부에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자치구처럼 아직 ‘독립과 자치’를 원하는 분리세력들이 있음이 널리 알려졌다. 급속한 개발과 성장 과정에서 밀려나고 소외된 민원인들이 ‘상팡(上訪·베이징의 중앙정부 기관에 찾아와 민원을 호소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응어리져 있는 것도 세계는 보았다.

【4】전통과 현대

중국은 올림픽을 맞아 명(明) 청(淸) 시대의 궁궐인 쯔진청(紫禁城), 황실 정원 위안밍위안(圓明園), 수백 년 전통의 상업거리 첸먼다제(前門大街) 등 ‘하드웨어’를 개·보수했다. 외신기자들이 활동하는 메인프레스센터(MPC) 국제방송센터(IBC) 그리고 올림픽 선수촌은 갖가지 중국의 전통 공예품과 회화로 가득하다. 중국이 이처럼 풍부한 전통과 문화를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세계 최대의 철골구조 체육시설인 주경기장 냐오차오, 독특한 외관의 수영장 수이리팡(水立方),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의 서우두공항 3터미널 등으로 최첨단 기술을 과시했다.

【5】과거와 미래

중국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8일 “올림픽으로 중국의 또 다른 30년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이번 올림픽이 1978년 시작한 중국 개혁개방 30년의 새로운 분수령임을 보여준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지난 30년간 평균 8% 이상 계속돼 온 양적 팽창과 불균형 성장이 사회적 화해를 추구하면서 나아가는 질적 성장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으로는 높아진 시민의식에 따른 정치적 민주화가 비록 점진적일지라도 거스를 수 없는 방향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8일 중국은 이제 중국적인 것을 고집하던 과거에서 세계의 스탠더드에 맞추고 나아가 세계의 표준을 세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보여주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