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문화를 50분 드라마로” 화려한 영상미학 펼쳐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 개막식 총지휘 ‘中 영화대부’ 장이머우

5000년의 중국 문화가 녹아 들어간 웅장하고 화려한 50분간의 드라마.

8일 지구촌의 탄성을 자아낸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은 중국 영화계의 대부인 장이머우(張藝謀·사진) 감독의 작품이었다. 그의 작품 ‘영웅’이나 ‘황후화’에서 펼쳐졌던 장대한 스케일이 주경기장에서 재연된 듯했다.

이 화려한 지상 최대의 이벤트를 총지휘한 장 감독에게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면서 그의 드라마틱한 변신도 조명을 받고 있다.

장 감독은 과거 중국 공안의 탄압을 받던 영화감독이었다. ‘붉은 수수밭’ ‘홍등’ ‘인생’ 등에서 중국의 빈곤과 정부의 실정을 다뤘다는 이유로 그의 작품은 검열당했고 칸 영화제 참가도 금지됐다. 중국 정부는 그의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을 때 그가 수상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했다.

이런 저항정신의 바탕에는 중국 공산당에 저항했던 아버지와 삼촌의 영향, 문화혁명 당시 쑥대밭이 된 집안과 18세 때 중국 외곽의 강제노동에 끌려갔던 개인적 경험 등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최근 작품은 저항정신이 묻어나던 과거와 달리 국가와 권력, 민족주의에 대한 신뢰를 담기 시작했다. 정부의 끝없는 탄압과 검열에 지친 그가 상업적 영화에 눈을 돌린 결과라고 주변인들은 전한다.

이런 변화에 중국 정부도 적극 호응하면서 그에게 베이징 시 예술 자문 등을 맡겼고, ‘영웅’의 오스카상 수상을 위해 할리우드에 로비를 펼쳤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8일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의 마이클 베리 교수는 장 감독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그를 정부의 애완견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 감독은 “정치적 동기는 전혀 없다. 나는 중국 국민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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